‘시련은 나를 더욱 강하게 할 뿐.’
이천수(26ㆍ울산)가 다시 한번 시련을 딛고 일어섰다. 이천수는 7일 오전 5시(한국시간) 런던 크레이븐 카티지에서 열린 그리스와의 친선경기에서 득점 없이 맞서던 후반 33분 맞은 프리킥 찬스에서 절묘한 오른발 감아차기로 결승골을 뽑아내며 한국 축구 새해 첫 승전고를 울렸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진출 실패의 아픔을 딛고 ‘축구 종가’에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는 시원한 ‘한방’을 터트렸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는 골이었다. 이천수는 지난달 위건 어슬레틱으로의 이적이 무산되며 심한 마음고생을 겪었고 훈련량도 부족한 상황에서 결정적인 득점을 뽑아내며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이천수지만 적잖은 성장통을 겪어왔다. 그러나 매번 시련을 딛고 일어서며 그라운드 안팎에서 더욱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EPL 진출이 좌절된 어려운 상황에서 맞은 그리스전에서도 이천수는 특유의 ‘강인함’을 다시 한번 입증시켰다. 오랫동안 별러온 유럽 리그 진출이 무산된 마당에 의기소침해질 법도 하지만 성실하게 훈련을 소화하며 그리스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고, 정해년을 맞은 한국 축구에 첫 승을 선사하는 시원한 결승골까지 터트린 것.
부평고 시절부터 ‘신동’으로 각광 받은 이천수지만 그가 스타덤에 오르기까지는 시련을 딛고 일어서는 무서운 집념이 있었다.
‘밀레니엄 특급’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이천수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비신사적인 행위로 퇴장을 당한 이후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으로부터도 신뢰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2001년 9월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에서 0-2로 뒤진 후반 1골1도움을 올려 벼랑 끝에 몰린 ‘히딩크호’를 구해내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2003년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으며 레알 소시에다드(스페인)로 이적했지만 적응에 실패, 2005년 여름 친정팀 울산으로 쓸쓸하게 돌아왔다. 스페인에서의 부진은 대표팀으로 이어졌고 출전 기회조차 제대로 잡지 못했다. 그러나 이천수는 2005년 K리그 정규시즌 후기리그 막판 ‘불꽃 투혼’을 발휘, 챔피언결정전 1차전 해트트릭 등 맹활약을 펼치며 정규리그 챔피언과 MVP를 차지하며 화려하게 부활했고 2006년 1월 ‘아드보카트호’의 장기 해외 전지훈련에서도 3골을 터트리며 ‘에이스’로 다시 우뚝 섰다.
지난해 이천수에게 시련이 다시 찾아 들었다. 심판에게 욕설을 해 파문을 일으켰고 아시안게임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한 것. 지난달에는 야심차게 준비하던 EPL 입성이 성사직전 무산됐다. 그러나 이천수는 특유의 ‘독기’를 발휘하며 다시 일어섰다.
이천수는 경기 후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지만 끝까지 기용해준 감독님의 믿음으로 골을 넣을 수 있었다. 잉글랜드에서 다시 뛸 기회가 올 것으로 믿는다”며 재도약을 다짐했다. 오는 7월 잉글랜드로 다시 돌아오겠다며 ‘독기’를 머금은 이천수가 다음달 개막될 K리그에서 보일 활약이 기대된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