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동시에 등장했지만 따로 떨어져 보도된 두 가지 기사가 있다. 알고 보면 맥락이 같다. 하나는 한국사회의 빈부격차가 극심해졌다는 내용이고, 하나는 1억 이상 고액연봉자가 근년에 급격히 늘었다는 기사이다. 국세청의 자료에 따르면 2005년도의 1억 이상 연봉자는 5만3,037명으로 그 전해보다 28.9%(1만1,904명)가 늘었다.
국민소득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게 아니니까 이렇게 고액연봉자가 많아진다는 소리는 그만큼 덜 받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말도 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6년 가계수지 동향을 보면 지난해 상위 20% 가구의 평균 소득이 하위 20% 가구 소득의 7.64배가 되는 등 조사를 시작한 2003년 이래 빈부격차가 매년 커지고 있다고 한다.
● 고액연봉 늘면 저소득층 늘어
빈부격차가 왜 커지느냐에 대해서는 국가 정책을 탓할 수도 있겠지만 실은 한국사회에 만연한 승자독식주의가 민간분야 곳곳에서 격차를 벌이고 있는 탓이 더 크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사회는 '성공'을 찬양하고 과정이 옳지 않아도 '대박'이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대세가 되었다.
이것이 경제 사회분야에서는 1등 기업을 찬양하고 고액 연봉자를 추켜세우는 형태로 나타나며 정치분야에서도 한가지 흐름이 주도를 하면 옳은가 그른가를 따져보지도 않고 좇아가는 현상이 생겨난다.
좀더 진지해야 할 문화에서도 의미 깊은 작업보다는 베스트셀러 대박영화가 주요 관심사가 된다. 관심사가 된 작품은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되어 더욱 성공의 길을 달려나간다. 주목을 받지 못한 작품은 더더욱 소외된다. 대박의 규모가 클수록 그 산업 분야에서는 허덕이는 업체들이 더 많이 생겨난다.
문제는 도덕적으로 옳지 않아도 일단 승자의 기차를 타면 계속 달려간다는 데 있다. 유명 필자나 번역자는 이름만 빌려주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일단 베스트셀러의 위치에 오르면 추락을 하지 않는다. 돈의 가치에 도덕의 가치가 땅에 떨어졌다.
그 지역에서 다수당이라는 이유로 학살자의 이름을 딴 공원을 만들겠다는 발상을 한다. 다수에 도취해 옳고 그름을 잃어버린 현상이 도처에서 발견된다.
경제에서 승자가 다 가져가는 것은 미국에서 유래했다. 미국도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다. 이민자들을 부추기기 위해 성공 자체를 격려하긴 했지만 임금에서 승자독식이 시작된 것은 1980년대 중반 경제불황이 닥치고 기업의 효율성을 어느 때보다 강조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손쉽게 원가절감을 하기 위해 인력을 감축하는 대신 그 악역을 맡은 경영진에게 고액연봉을 제시하는 방법이 등장했다. 이코노미스트 보도에 따르면 80년대 후반부터 일반 직원보다 크게 늘어나기 시작한 경영진의 임금은 2000년에 최고점에 이르렀다. 엔론사의 회계부정 사건 같은 것이 터지면서 경영진의 고액연봉에 문제점이 많다는 것을 일반인들도 알게 되면서 점차 진정이 되었다.
그런데 한국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진행중일 뿐 아니라 더 복잡하다. 대기업에서는 경영자의 임금이 일반직보다 크게 많지만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임금격차가 매우 크다. 그래서 대기업으로는 사람이 몰리고 중소기업은 구직난에 시달린다. 실업률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 다수면 정의도 무시
양극화 문제를 없애려면 정책을 바꿔달라고 하기 전에 사람들 스스로 각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누군가의 성공신화에 도취되지 말아야 한다.
돈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한 사람, 한 사람이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경영진에게 과도하게 임금을 몰아주는 기업을 찬양하거나 그렇게 고액임금을 받게 된 경영자가 대단한 신화의 주인공인양 추켜세우는 일은 그만두어야 한다.
돈 많이 버는 기업보다 더 많이 고용하는 기업을 1등 기업으로 칭찬해줘야 한다. 남들이 본 책, 영화를 꼭 찾아보지 않아도 된다. 성공이나 다수가 대세가 아니라 옳은 것이 대세가 될 때 한국사회를 괴롭히는 여러 가지 문제가 절로 해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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