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고려대 총장이 2일 교수의회에 “총장 취임 전 사퇴 압력을 받았다”는 내용의 1장짜리 편지를 소명서와 함께 제출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음모론’ 논란이 확산될 조짐이다.
이 총장은 편지에서 “취임식 직전 연락을 받고 시내 모처에서 경영대 교수 3인을 만났는데 이들이 ‘(이 총장)논문을 조사해 K일보 기자에게 제보하겠으니 취임식 전에 사퇴하고 머리를 다쳐 의식이 없는 것처럼 중환자실에 입원하라’는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이 총장은 또 “이들 교수들이 진상조사위원회 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3인 교수’ 중의 한 사람이라고 밝힌 경영대 A교수는 “(그 자리는) 사퇴 압력을 행사하는 자리가 아니라 ‘고려대’와 ‘이필상’의 공존을 모색하는 자리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학내는 이 총장의 표절 논문을 두고 말이 많던 때였고 너도 나도 총장에 취임하면 크게 터질 것을 우려하는 상황이었으며
그렇게 되면 이 총장 본인은 물론 학교의 명예도 실추될 위기여서 대책을 모색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평교수로 있으면 과거의 일을 들추어낼 일은 없어보이니 그렇게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이야기를 했고 취임식이 임박했으니 대학에 있는 병원을 이용해서 ‘어디가 아프다’면서 입원하면 일단 취임식은 미뤄질 것이고, 그렇게 시간을 좀 벌어놓고 재단, 동료 교수들과 대책을 모색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A교수는 이 총장의 조사위 관련 언급에 대해서도 “교수의회 산하 기관인 조사위원회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교수의회랑 야합을 해야 하는데 그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A 교수는 “문제의 본질은 표절인데 이 총장이 표절 문제는 제쳐두고 ‘사퇴 압력’ 운운하는 것은 ‘살인한 사람에게 자수를 권하는 사람한테 자수하라는 협박 받았다’고 변명하는 것과 똑같다”라고 주장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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