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고려대 총장의 논문 표절 논란을 둘러싸고 ‘음모론’과 ‘표절 의혹 물타기’, ‘교수의회 의장단의 반이(反李) 성향’의혹 등 진실 공방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학맥과 인맥으로 얽힌 편가르기라는 고질 병폐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자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총장 사태는 표절 의혹 제기 과정 자체가 논란의 대상이다. 교수 사이에서는 이 총장 반대 진영 교수들이 표절 여부를 미리 조사해 놓고 언론에 흘렸다는 설이 파다하다.
반면 흔히 거론되는 다른 대학(서울대 공대) 출신 총장에 대한 반발에 대해서는 대부분 회의적이다. 문과대 A교수는 “예선 격인 총장추천위원회 선거에서 2위였던 이 총장이 재단 이사회 최종 심사에서 낙점 받은 사실만 봐도 비(非)고대 출신이란 점이 결격사유는 아니다”고 말했다. 단순히 태생적 한계에 따른 배척이 아닌 “정치적 역학구도와 연관성이 깊다”는 주장이다.
제보 교수들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만큼 교수 사회가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있다는 반증이다.
우선 이 총장이 경영대 학장이 되면서 경영대내 세력 다툼에서 ‘소외된 인사’들의 반발이 발단이 됐다는 분석이 있다. 이 총장도 2일 교수의회에 제출한 편지에서 “경영대 교수 3명이 표절 의혹을 언론에 제보하겠다며 사퇴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이 총장이 취임사에서 △영어 의무강의 비율 확대 △교수 업적평가 등 개혁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공언한 점 등에 심한 거부감을 가진 특정 단과대 교수들을 지목하는 의견도 있다.
어윤대 전 총장 때부터 시작된 개혁 드라이브에 누적된 불만이 이 총장 낙마 기도로 표출됐다는 뜻이다. 법대 C교수는 “학자적 명망과 함께 시민단체 활동으로 얻은 깨끗한 대외적 이미지와 달리 (외형적 실적을 중시하는) 어 전 총장과 차별성이 없는 이 총장의 행보에 대한 비판과 실망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교수들이 가장 무게를 두고 있는 대목은 총장 선거 때마다 불거진 편가르기 다툼이다. 한 교수는 “2위로 추천된 이 교수가 관례를 깨고 재단에서 총장으로 낙점된 점 등에서 총장 출신 특정 인사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후문도 있다”고 전했다. 재단 이사장을 염두에 둔 이 인사가 이 총장을 밀어주었다는 해석이다.
이 총장의 ‘압력설’ 주장에 대해 표절 행위에 대한 물타기라는 반발도 거세다. ‘경영대 교수 3명’ 중 한 명인 신준용(60) 교수는 “사퇴 압박을 가한 적이 없다”며 “궁지에 몰린 이 총장이 표절 여부라는 사태의 본질을 `음모론'으로 흐리기 위해 쓴 궁여지책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일부 교수들이 “교수의회 의장단이 ‘표절’이라는 진상조사위원회의 보고서를 채택하는 쪽으로 분위기를 몰아갔다”고 주장해 이목을 끌고 있다. 이처럼 교수의회도 구성원에 따라 ‘표절’에 대한 해석이 제각각이다.
이에 따라 재단 이사회가 이 총장의 거취에 대해 어떤 쪽으로 가닥을 잡든 후유증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학교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의혹만 확산되는 상황”이라며 “총장 해임이란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된다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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