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김수남(1949~2006)이 세상을 뜬 지 1년이 됐다. 지난해 2월 태국의 치앙라이에서 소수민족 리수족의 신년축제를 찍다가 뇌출혈로 쓰러져 손 쓸 새도 없이 떠났다. “다큐멘터리 작가는 현장에서 죽어야 해”라던 평소 말대로, 카메라를 붙잡은 채였다.
그와 돈독하게 지냈던 학계, 문화계 인사들로 이뤄진 김수남기념사업회(이사장 김인회ㆍ전 연세대 교수)가 7~20일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 1주기 추모전을 연다. 민속학자 임돈희 황루시, 김병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유홍준 문화재청장, 출판인 김형윤, 사진작가 배병우 등 30명이 뜻을 모아 마련한 행사다.
김수남은 굿을 제일 잘 찍은 사진작가로 남았다.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1970년대, 전근대적인 미신으로 몰려 사라져가던 무속 현장을 찍기 시작해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문화유산인지 알리고 깨닫게 한 선구자다. 학자들은 누구보다 많은 현장을 누비며 전통문화와 민속을 기록한 그의 사진을 보고 공부를 했다. 특히 83년부터 93년까지 10년에 걸쳐 20권 짜리 전집으로 펴낸 사진집 <한국의 굿> 은 인류학, 민속학, 국문학, 종교학, 문학 등 여러 분야 학자들과의 공동작업 끝에 나온 역작이다. 한국의>
1990년부터 그의 작업은 아시아의 오지로 확대됐다. 일본,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미얀마, 스리랑카, 중국 남부와 인도 북부까지 구석구석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소수민족의 사라져가는 문화와 굿과 무당들을 찍었다.
그가 남긴 사진은 무려 16만 컷에 이른다. 슬라이드 필름을 정리한 분류철이 그가 쓰던 작업실 벽 하나를 몽땅 차지하고 있다. 분량도 어마어마하거니와 문화유산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국가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자료가 아닐 수 없다. 김수남기념사업회는 이 방대한 자료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드는 것을 김수남 사진의 출판ㆍ전시와 더불어 핵심 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그의 유품과 작업을 모두 보여줄 기념관을 세우려고 한다.
이번 전시에는 그의 대표작인 한국의 굿과 예인들, 아시아의 굿 사진을 중심으로 100여 점이 나온다. 특히 태국의 현장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찍었던 사진을 처음으로 공개한다. 서울의 청계천 주변과 경기 성남 일대 등을 촬영한 1970년대 초기작도 볼 수 있다.
무당들은 굿판마다 나타나 주는 술 다 받아 마시면서 한 식구처럼 어울리던 그를 매우 좋아했다. 평생 굿에 매달린 사람이니, 그를 기리는 데 굿만큼 어울리는 것도 없을 듯 하다. 해서, 이번 전시 기간에는 그와 30년 이상 가까이 지낸 인간문화재 김금화(서해안대동굿ㆍ배연신굿 예능보유자)를 비롯해 이귀인(전라도 씻김굿), 서순실(제주도 시왕맞이굿), 이상순(서울 진오기새남굿) 등 만신들이 추모굿을 한다.
고인이 아끼고 사랑했던 전통예술의 예인들, 김운선(경기도당굿 춤), 이애주(살풀이 춤), 지성자(가야금산조)도 음악과 춤으로 추모의 정을 보탠다. 굿과 공연은 7, 10, 11, 19일(7일 오후 4시, 다른 날은 오후 2시) 1시간 반 안팎으로 한다. 문의 (02)6081-2111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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