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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난민, 눈물의 타향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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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난민, 눈물의 타향살이

입력
2007.02.07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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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쓰러져가는 요르단 암만의 한 아파트에서 사드 알리(35)가 추위에 떨고 있다. 고향인 바그다드에서는 인기 가수였지만 지금은 무직 상태. 친구에게 빌린 돈으로 45달러의 월세를 내고, 낡은 매트리스 위에서 해진 담요를 덮고 잠을 청한다.

밖에서 그는 경찰을 피해 다니며 아랍어 대신 요르단 방언을 사용한다. 요르단 안의 다른 이라크 난민들처럼, 그도 추방당하는 것이 가장 두렵다. 이곳의 삶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바그다드에서 목숨을 잃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그는 사랑 노래를 부르는 것이 반 이슬람적이라며 두 명의 괴한으로부터 목숨을 위협 받았다.

4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알리처럼 고통스러운 삶을 이어가는 이라크 난민들이 중동 지역 전체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은 전쟁 전 인구의 8%나 되는 200만명의 이라크인들이 고국을 등지고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등으로 떠났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의사, 학자를 비롯해 이라크 재건을 위해 필요한 전문가들도 난민이 되어 해외에서 떠돌고 있다. 170만명은 이라크 내에서 비교적 안전한 지역으로 피란을 떠났다. 떠나는 길도 순탄치 않다. 이들은 가진 것을 모두 팔아 비용을 마련한 뒤 언제 무장세력의 습격을 당할지 모르는 버스를 타고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한다. 요즘은 요르단에서 이라크인들을 받아 주지 않아 대부분 시리아로 떠난다.

과거 이스라엘에서 팔레스타인들이 탈출했을 때부터 요르단은 난민을 많이 받아들였다. 요르단의 590만 인구 중 3분의 1이 팔레스타인 난민일 정도다. 현재 요르단에는 50만~70만명의 이라크 난민이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알리 같은 불법 체류자까지 합치면 실제는 100만명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요르단 정부는 이들이 영원히 자기 나라에 남아 있거나 혹은 이라크 무장세력에 지원하지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

아버지가 요르단인인 덕분에 간신히 국경 통과를 허락 받은 아부 사이프 알 아즈라미는 “여기는 안전하다”면서 “천국에 들어온 것 같다”고 행복해 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딸을 참수하겠다는 수니파 무장세력의 위협에 암만으로 도망 온 위다드 샤쿠르(53)는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며 순진하다는 듯 혀를 찬다.

그는 최근 자신이 없는 사이 수니파 가족이 자기 집에 들어왔었다는 사실을 안 뒤 밤 잠을 이루지 못한다. 다리를 다쳤지만 병원에 갔다가 추방될까 무서워 치료도 못한다. “내가 새라면 훨훨 날아 바그다드로 갈 텐데…” 샤쿠르의 뺨에 눈물이 흐른다.

난민들이 주변국의 냉대에 두 번 울고 있는데, 유엔 역시 이라크 난민들을 위한 구호금 모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권 운동가들은 미국과 다른 서방 국가들이 난민 구호를 무시하고 이라크 재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비난한다. 유엔 난민국 관계자는 ‘정치적 이유’일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국 등 서방세계에 이라크는 ‘성공 스토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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