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정당’의 기치를 내건 열린우리당이 창당 3년3개월만에 결국 부서졌다. 범여권은 실용보수 성향 의원들의 집단 탈당으로 정체성과 노선 중심으로 분화의 길을 걷게 됐다. 하지만 며칠 전까지 여당 지도부를 맡았던 인사들이 주도한 탈당을 두고 정치적ㆍ도덕적 책임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김한길ㆍ강봉균 의원이 주도한 실용보수파의 집단 탈당은 범여권의 본격적인 분화를 알리는 신호탄의 성격이 짙다. 우선 이들의 탈당은 실질적인 분당(分黨)의 효과를 가져왔다. 2003년 11월 ‘정치개혁’을 전면에 내걸고 민주당을 뛰쳐나온 40명과 한나라당 탈당파 5명, 개혁당 2명 등 현역 의원 47명의 왜소한 정당으로 출발했던 우리당은 이듬해 탄핵풍(風)을 뚫고 17대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획득하며 승승장구했지만 결국 원내 2당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실용보수파의 탈당은 이념과 정체성에 따른 정치세력의 재편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탈당한 천정배 의원측이 짙은 개혁 성향인 점을 감안하면 이념적 스펙트럼이 좌우 극단에까지 이르렀던 우리당의 주도권은 외견상 중도개혁그룹이 장악하게 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친노 직계 일부가 급진적이라는 평을 듣는데다 우리당에 노무현 대통령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어서 우리당을 진정한 의미의 중도개혁 정당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번 집단 탈당으로 여권은 정치노선에 따라 ‘친(親)천정배 그룹’ ‘김근태계+친노그룹+정동영계 일부+중진그룹’ ‘실용보수진영’등으로 나눠졌다. 이들의 정책 경쟁 및 정계개편 주도권 대결이 치열해질 경우 한나라당 일부와 민주당, 국민중심당, 시민사회세력의 재편도 예견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날 탈당한 실용보수파는 비판 여론의 역풍부터 뚫어야 할 처지다. 우리당의 원내ㆍ정책 사령탑이었던 김한길ㆍ강봉균 의원이 ‘기획 탈당’을 주도한 것을 놓고 ‘국정 파행을 낳을 수 있는 무책임한 탈당’이라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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