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거 글ㆍ그림ㆍ홍연미 옮김 / 문학동네 발행ㆍ60쪽ㆍ1만1,000원
‘광기의 시대’로 기록되는 중국 문화대혁명기. 지배계급의 유산이란 이유로 그전의 문화예술은 폐기처분됐고 청년들은 혁명의 열정에 달떠 저마다 홍위병 완장을 차고 거리로 나섰다. 일종의 집단최면이었던 셈이다.
이 책은 부제(한 소년이 겪은 중국 문화대혁명)처럼 문화대혁명기 사춘기를 보낸 중국인 소년의 성장기다. 작가이자 책의 주인공인 장안거는 별반 극적이지는 않지만 솔직하고 담담한 어투로 얘기를 풀어놓는다.
문화대혁명은 장안거의 가족과 개인사를 갈갈이 찢어놓지만 ‘왜 일어났는지 알 수 없고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는’ 역사였다. 그것은 장안거뿐 아니라 같은 시대를 호흡한 그 또래들 모두에게 마찬가지였을 테다.
아버지가 지식인(작가)이란 이유로 반동분자로 내몰리면서 하루아침에 비주류로 밀려난 그는 다른 친구들처럼 홍위병 완장을 차기 위해, 역사의 무대 앞으로 나서기 위해, 몸부림친다. 그러나 결국 그 완장을 찼을 때 거기에 그가 찾던 행복은 없었다. 또다시 역사의 물살에 떼밀려 오지 농촌으로 내려간 장안거는 고된 노동뿐인 형벌 같은 생활 속에서 우연히 그림을 통해 예술가로서의 자아를 깨닫는다. 세찬 역사의 물결에 맞서 제 삶의 항로를 벼려내는 인간의 우직함이다.
책은 문화대혁명의 실상을 제법 생생하게 들려주지만 어린이 독자에겐 생소한 역사적 배경이 어려울 수도 있겠다. 그래서 권말부록에 문화대혁명의 배경과 전개 과정을 소개, 이웃나라의 낯선 역사를 곁눈질할 수 있게 했다.
2005년 볼로냐 라가치상 논픽션 부문에서 수상한 작품으로 삽화가 격찬을 받았다고 한다. 작가는 문화대혁명 뒤 베이징국립극장의 무대디자이너가 됐고 캐나다로 이민한 뒤론 삽화가로 활동 중이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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