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이나 받았지만 자국은 거의 없어요. 관절경 수술이었잖아요.”
겉으로 드러난 흔적은 없다. 그렇지만 그는 4년 새 무려 3차례나 어깨 수술을 받았다. 26년 역사의 한국 프로야구에서 이대진(34ㆍKIA)만큼 오랫동안 부상에 시달린 선수도 없다.
일본 미야자키 휴가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팀 스프링캠프에 참가 중인 ‘비운의 에이스’ 이대진이 올 봄 부활을 꿈꾸고 있다. 이대진의 스프링캠프 참가는 2004년 이후 꼭 3년 만이다.
98년부터 시작된 부상 악령
93년 광주 진흥고를 졸업하고 KIA 전신 해태에 입단한 이대진은 데뷔 첫 해 10승(5패)을 올리며 ‘포스트 선동열’로 주목 받았다. 그는 98년까지 개인 통산 76승을 거두며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에이스 반열에 올랐다. 95년과 98년엔 탈삼진왕을 차지했고, 97년엔 17승6패 평균자책점 3.14로 골든 글러브의 영광도 누렸다.
잘 나가던 이대진에게 부상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 것은 98년 후반기부터. 1년 동안 재활에 충실했던 덕분에 다행히 2000시즌엔 마운드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시즌 막판에 부상이 재발했고, 결국 그 해 12월23일 수술대에 올랐다. 이후 이대진은 2001년과 2004년까지, 모두 3차례 어깨 수술을 받았다. 지난해까지 5차례나 복귀를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투수가 좋아서 잡은 방망이
고교 시절부터 타격에서도 뛰어난 기량을 발휘했던 이대진은 2002년 당시 김성한 감독의 권유에 따라 글러브를 버리고 방망이를 잡았다. 7월28일 잠실 경기에서는 LG의 특급 마무리 이상훈을 상대로 3타점짜리 결승 3루타를 뽑아낸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대진은 시즌이 끝난 뒤 다시 글러브를 찾았다. “재활의 스트레스에서 잠시 벗어나기 위해 방망이를 든 겁니다. 그렇지만 투수에 대한 애정까지 버렸던 것은 아니었어요.”
2003년 5월11일 인천 SK전에 선발 등판한 이대진은 5이닝 1실점의 쾌투로 2년8개월 여 만에 감격의 승리투수가 되며 통산 85승째를 달성했다. 하지만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섣부른 등판의 후유증으로 어깨가 다시 아프기 시작했고, 기약 없는 재활에 들어가야 했다. 그 이후 단 한번도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지만 구단은 그를 내치지 않고 연봉을 동결해가며 계속 기회를 줬다.
다시 돌아가는 승수 시계
올시즌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배수진을 친 이대진은 현재 이틀에 1번씩 70~80% 강도로 피칭을 한다. KIA 서정환 감독은 “아프지만 않는다면 (이)대진이는 분명히 해줄 선수다. 아직 보직을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1주일에 한 번 정도 나가는 5선발을 고려하고 있다”며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이대진은 2003년 5월11일 이후 멈춰 버린 ‘승리 시계’를 다시 움직일 자신이 있다고 했다. “훌륭한 후배들이 많지만 경쟁에서 이겨 1군에 진입할 겁니다. 그 기회만 잡는다면 승리투수의 기쁨을 맛보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 같아요. 전 반드시 해낼 겁니다.”
휴가시(일본 미야자키현)=최경호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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