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열린우리당의 분당 사태가 현실화함에 따라 집단탈당파 23명의 향후 움직임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집단탈당파가 구성하게 될 제3의 원내 교섭단체가 어떤 원칙과 로드맵을 갖고 정계개편을 추진하냐에 따라 범 여권 지각변동의 방향과 폭은 판이하게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김한길 전 원내대표와 강봉균 전 정책위의장이 이끄는 집단탈당파는 우선 내주 중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방침이다. 일단 ‘원내 3당’으로서의 입지를 구축함으로써 운신의 폭을 넓혀 놓겠다는 포석이다.
다만 교섭단체 등록을 하되 곧바로 창당절차에 착수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당의 틀이 오히려 큰 규모의 통합신당 창당에 방해가 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인 동시에 ‘범 여권 통합을 위해 탈당했다’는 명분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미 탈당한 천정배 의원 그룹과의 연대다. 이들은 교섭단체 구성단계에서부터 천 의원 등과 공동보조를 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도실용과 개혁성향이란 이념적 차이가 있지만 일단 세를 불려놓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2차 집단탈당을 유도해내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이번 집단탈당이 김 전 대표와 강 전 의장 주도로 이뤄진 데 일부 의원들의 부담이 있었지만 새 교섭단체 구성이 현실화한 이상 노무현 대통령 배제에 동조하는 상당수 잔류 신당파가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당 주변에선 2ㆍ14 전당대회 이후인 24일께 안개모 소속 의원들, 정장선 유선호 유필우 의원, 천 의원과 가까운 김희선 안민석 이상경 김재윤 의원 등이 탈당한다는 얘기가 떠돌고 있다.
외부세력과의 연대는 탈당파에게는 사활적 과제다. 이 때문에 ‘제3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등의 영입에도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당과의 통합논의에서 우리당을 제치고 이니셔티브를 확보할 수 있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노 대통령 및 친노진영과의 대화에 부정적인 민주당이 제3지대로 먼저 나온 자신들과의 대화를 선호할 것으로 기대한다
집단탈당파의 야심찬 출항에도 불구하고 격량이 예고돼 있다. 중도개혁 표방에도 불구하고 중도실용의 정체성에 가깝다는 점에서 외부세력과의 연대에 한계를 보일 우려가 있다.
우리당 전당대회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이들이 정치적 역할을 찾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러브콜’의 대상인 천정배 의원도 이날 “워크숍을 통해 입장공유가 가능한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탈당했다는 이유만으로 정체성을 함께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모습이다. 또 우리당 재선그룹이 민주당과 중도신당 추진에서 성과를 거둘 경우 이들의 공간이 협소해진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