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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의 길 위의 이야기] 연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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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의 길 위의 이야기] 연좌제

입력
2007.02.07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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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문학평론가 가라타니 고진의 저서 <윤리21> 을 읽다 보면 부모와 자식 사이에 존재하는 '윤리' 문제에 대하여 한 번쯤 생각하게 된다.

고진에 따르면 일본의 부모들은 자식이 잘못을 저지르면(예컨대 살인 같은 것), 그에 대해 일정 부분 책임을 지고 사회에 대해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한다.

반대로 서구의 부모들은 끝까지 자식 편에 서서, 자식의 무죄를 주장한다고 한다. 이에 대해 고진은, 자식이 독립된 인격이 아니라 부모에게 종속되어 있다면, 부모의 책임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부모가 자식의 잘못으로 인해 사회에 대해 머리 숙여 사죄한다면, 그것은 자식에게 자유가 없다고 간주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자식이 한 일에 대해서는 자식이 책임을 지면 된다, 라고 주장한다. 합당한 말이지만, 사실 그렇게 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반대로, 우리 사회에서는 부모의 잘못에 대해서 자식이 머리 숙여 사죄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연좌제가 그것. 연좌제란 무엇인가? 부모와 자식 사이에 자유는 존재하지 않고, 책임만 묻는 제도이다.

비윤리적이며 치사한 제도이다. 더불어 부모의 후광을 자신의 것인 양 떠드는 친구들 또한 문제이다. 스스로 '난 비독립적인 인격이에요'라고 말하는, 바보들이다. 요즘, 그런 바보 때문에 마음이 씁쓸하다.

소설가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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