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경기에서는 세트 스코어만 보면 싱거운 완승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피 말리는 접전인 경우가 많다. 4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벌어진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의 맞대결이 그랬다. 대한항공이 3-0으로 완승을 거뒀지만 매 세트 듀스까지 가는 명승부가 펼쳐졌다. 프로배구 사상 3-0으로 끝난 경기가 매 세트 듀스 접전까지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항공이 현대캐피탈을 3-0(2725 30-28 31-29)으로 누르고 리그 3위까지 주어지는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에 한 걸음 다가섰다. 대한항공의 ‘공격 3각 편대’ 보비(24점)와 강동진(19점), 신영수(18점)는 현대캐피탈의 끈질긴 블로킹벽을 뚫고 61점을 합작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대한항공이 강호 현대캐피탈에 ‘무실 세트승’을 거둔 것은 지난 99년 슈퍼리그 1차전 이후 무려 36경기, 8년만의 일. 지난 시즌 챔피언 현대캐피탈(12승5패)은 대한항공(11승6패)에 승점 1점차로 쫓기며 정규리그 우승은 물론이고 2위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매 세트 듀스 접전이 벌어진 치열한 승부였다. 이럴 때는 마지막 고비에서 확실한 공격력과 집중력을 보여준 팀이 이기는 법. ‘해결사’ 보비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대쪽 같은 ‘한방’으로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보비는 1세트 마지막 포인트에서 스파이크 공격을 성공시켰고 마지막 3세트의 매치포인트에서도 강력한 서비스를 내다 꽂으며 승리를 안겼다.
대한항공 문용관 감독은 “듀스에서의 결정력은 정말 중요하다. 조직력과 수비력은 물론이고 완벽한 세트플레이와 속공을 보여줄 수 있는 팀이 듀스에서 이길 수 있다”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이날 남자부 3경기에서는 모두 3-0의 세트스코어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삼성화재는 한전을 3-0(25-16 25-15 25-15)으로, LIG는 상무를 3-0(25-22 25-17 25-18)으로 가볍게 물리쳤다.
한편 여자부 흥국생명은 GS칼텍스에 3-1(25-27 25-23 25-18 25-21)로 역전승을 거둬 선두를 굳게 지켰고 현대건설은 KT&G를 3-0(25-19 25-19 25-17)으로 제압하고 2위로 뛰어올랐다.
천안=김기범 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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