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MBC <하얀 거탑> 이다. 월요일이면 직장 동료들끼리 <하얀 거탑> 이야기로 수다를 떤다고 하는데, 그 인기의 비결은 무엇일까. <하얀 거탑> 이 소위 ‘전문직 드라마’로서 의료계 현실을 생생하게 그려서가 아니다. 하얀> 하얀> 하얀>
1960년대 일본 의료계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의 원작은 각색 과정을 거쳤다 해도 우리 현실과 분명한 거리가 존재한다. 우리 나라 대학병원에서는 외과 과장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지 않으며, 교수 부인회의 치맛바람도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하얀 거탑> 은 조직(직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인간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그림으로써 ‘정치 드라마’로서 본분을 다할 뿐이다. 하얀>
인간의 생명을 지고의 가치로 여기며 인술(人術)을 펼쳐야 하는 의사 사회를 복마전으로 묘사한 점은 시청자로 하여금 ‘(의사들이) 설마 그럴까’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드라마는 픽션 즉, 허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고려대 총장의 논문표절 의혹 논란을 보노라면 ‘드라마 못지 않은’ 우리 사회의 현실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하얀 거탑> 에서 장준혁(김명민)이 대학병원의 외과 과장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암투를 벌이는 모습은 현재 지성의 전당에서 벌어지는 풍경과 별반 다르지 않다. 대학총장 선출과정의 파벌 갈등, 학자적 양심에 어긋나는 논문표절, 궁지에 몰린 총장이 제기한 음모설, 교수의회의 내분 등은 한 편의 정치 드라마를 방불케 한다. 하얀>
이처럼 <하얀 거탑> 은 의사들이 자신의 조직에서 벌이는 정치 게임을 통해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안판석 감독의 변처럼 ‘가치와 실용’ 사이의 선택을 요구한다. 장준혁은 목표를 위해서 라면 비굴함을 무릅쓰고 상대에게 무릎까지 꿇는다. 이는 자신의 출세를 위해 가지고 있을 법한 인간의 욕망을 대변한다. 하얀>
반면 원리원칙을 강조하는 최도영(이선균)은 인간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가치와 신념을 상징하고 있다. 이 둘의 갈등은 인간 내면의 신념과 욕망 사이에서 벌어지는 가치 충돌이며, 이들이 속한 ‘의료계’는 정치 게임으로 얼룩진 우리 사회의 축소판인 셈이다.
결국 <하얀 거탑> 이 시청자의 열띤 호응을 얻는 이유는 이처럼 현실과 드라마간의 구분을 없앨 정도의 ‘리얼리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얀>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