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양강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캠프진용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양측 모두 본격적인 후보경선 레이스에 대비, 최근 1차 캠프 정비를 마쳤다. 초선 의원들을 전진 배치시켜 공격의 선봉을 맡겼고, 상대 진영 특정인을 의식한 카운터파트를 요소요소에 배치한 게 눈에 띈다. 축구의 ‘베스트 11’에 비유해 양 캠프를 구성하는 주요 인사의 면면과 역할을 살펴본다.
전방에는 초선 대변인과 비서실장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가 원톱 스트라이커인 최전방 공격수라면, 이를 받쳐주는 새도 스트라이커(처진 스트라이커)는 각각 캠프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과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이다. 캠프 전체를 아우르면서 골을 넣을 수 있도록 두 주자에게 찬스를 만들어 주는 역할이다. 한국 국가대표팀으로 치면 박지성 선수쯤 된다.
양 날개에는 초선 의원들이 얼굴을 맞대고 있다. 이성권, 한선교 의원이 대변인으로서 대결하고, 주자의 수족역할을 하는 비서실장에는 주호영, 유정복 의원이 각각 포진됐다. 상대를 정 조준하며 공격하는 전방 공격수들이다. 설기현, 이천수 선수에 해당된다.
경기의 흐름을 읽고 기습공격도 감행하는 공격형 미드필드에는 박형준, 김재원 의원이 맞붙었다. 둘 다 캠프를 대표하는 당 경선준비위원회 멤버로, 경선방식 및 시기 조정을 놓고 한바탕 논리대결이 예고돼 있다.
수비수는 중진급
이들 공격수를 받쳐주는 수비역할로는 이윤성, 최경환 의원이 꼽힌다. 말하자면 ‘캠프 지킴이’로 내부 의견조율을 통해 전략을 짜고 반격을 준비하는 역할이다. 김남일 선수로 보면 된다.
평소에는 수비에 치중하다 기회가 오면 적진 깊숙이 돌파를 시도하는 윙백 왼쪽에는 ‘여전사’ 진수희, 전여옥 의원이 나란히 공보분야를 맡아 포진돼있고, 오른쪽에는 각각 조직과 정책을 자문하는 이방호, 이혜훈 의원이 워밍업을 끝냈다. 보통 때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언제든 상대에게 한칼을 휘두를 준비가 돼 있는 강성들이다. 수비에 치중하다 한걸음에 상대 진영으로 달려나가는 이영표 선수를 연상하면 된다.
중앙수비수에는 재선의 이병석, 허태열 의원이 자리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주자와의 끈끈한 인연을 바탕으로, 몸을 던지는 희생을 마다 않는 육탄 방어형이다.
최종수비수인 스위퍼에는 ‘책사’ 격인 정두언, 유승민 의원이 있다. 공히 ‘비장의 무기’를 품고 있다가 상대 주자가 다가오면 즉각 꺼내 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흑색선전 가능성에 대한 방어에 나선 정 의원과 후보 검증론을 제기한 유 의원의 모습에서 이를 느낄 수 있다.
골키퍼인 이운재 선수 역은 이상득, 김무성 의원이다.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수비수들을 독려하며 골을 막아낼 태세다.
양측의 사활을 건 한판 경기가 무사히 치러지는 데는 주심을 맡은 강재섭 대표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재까지는 이 전 시장쪽의 우세가 유지되고 있지만 심판 휘슬이 울리 때까지는 아무도 결과를 예단할 수 있다. 정치도 생물이고, 축구공도 둥글기 때문이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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