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정체성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당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며 특정 대선주자를 향해 ‘경선을 포기하라’는 종용까지 나오고, 당사자의 반박이 이어지는 등 난타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당 참정치운동본부 공동본부장인 유석춘 연세대 교수가 지난달 31일 “한나라당의 이념에 반하는 인물”이라며 고진화 의원의 탈당을 요구한 것이 발단이 됐다.
당사자로 지목된 고 의원은 1일 MBC 라디오에 출연, “유 교수 발언은 시대착오적 망언으로 공작정치가 의심된다”며 발끈했다.
그는 “유 교수 발언은 도로 민정당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자는 것”이라며 “특정 지역 독주체제를 구축하려는 것이고, 유신의 프리즘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번엔 김용갑 의원이 유 교수의 바통을 이어 받았다. 그는 “유 교수의 말이 맞다 ”고 전제한 뒤 “고 의원 뿐만 아니라 원희룡 의원도 대선 경선을 포기하라”며 한걸음 더 나갔다.
그는 보도자료를 내고 “원 의원과 고 의원은 한나라당의 이념, 정체성, 노선에 역행하면서 반 한나라당의 입장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북한에 맞장구를 친 인물로 비쳐져 왔다”며 “두 주자는 한나라당 보다는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노동당 경선에 나가면 잘 어울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원 의원은 “김 의원의 주장은 시대착오적인 해당성 발언으로 오히려 당을 망하게 하는 길”이라며 “색깔론에 근거한 반공노선, 배타적 노선을 걸으면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유권자들이 절대 다수라는 것을 깊이 새겨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난타전에 전여옥 최고위원도 가세했다.
전 최고위원은 고 의원과 함께 최근 잇따라 튀는 발언을 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도 겨냥했다. 그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은 지난 4년 동안 오로지 대선 승리를 위해 모진 고통과 수모를 겪어왔다.
정치학 교과서에도 정당의 존재 이유가 정권교체라고 돼 있다”면서 “정당의 존재 이유를 거부하고 국민을 어지럽히는 발언은 삼가야 한다”고 일갈했다.
최근 “한나라당이 무조건 집권하는 것을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손 전 지사를 비판한 것이다.
전 최고위원은 고 의원을 겨냥해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에 당선됐으면 당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해야 하는데 다른 곳에 가서 놀고 어울린다면 당은 무엇이냐”며 “당의 정체성과 당원들의 절절한 심정에 큰 못을 박는 사람들은 근신해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남경필 의원은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당이 다양한 목소리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다양한 목소리를 틀어막는 것이야말로 해당 행위”라고 맞받아쳤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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