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海/ 20대 항만에 中이 7곳… 환적화물 빼앗아가
2002년 6월 중국 상하이 앞바다에서 대역사가 시작됐다. 전국 각지에서 공수된 흙이 쌓이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거대한 섬이 만들어졌다.
뒤이어 5,600개의 기둥들과 상판으로 이뤄진 32㎞ 길이의 다리가 건설돼 섬과 육지를 연결했다. 3년 6개월간의 대공사 끝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세계 항만의 판도를 일거에 바꿔놓은 양산항이었다.
급속한 경제성장과 급증하는 수출입물량의 혜택을 입은 중국 항만들은 지난해 상하이(3위), 선전(4위), 칭다오(11위), 닝보-저우산(13위), 광저우(16위), 톈진(18위)항을 세계 20위권안에 포진시켰다.
세계 2위인 홍콩항까지 포함하면 세계 20대 항만 중 7개를 중국이 석권하고 있는 셈이다. 그 중심에 양산항을 등에 업은 상하이항이 있다.
상하이항은 수심이 얕아 대형선박 유치가 어려워지자 수심 15.5m의 심수(深水)항인 양산항을 건설했다. 지난해 2기 공정이 마무리된 양산항은 2010년까지 50개의 선대(船臺)와 컨테이너 1,500만개 처리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상하이항만이 위협요인이 아니다. 양산항의 등장에 자극받아 2005년 12월 합병한 닝보항과 저우산항도 요주의 대상이며 칭다오, 톈진, 다롄항 등 우리나라와 인접한 환발해권 항만들은 중국 북부나 러시아행 물량 잠식을 우려케 하는 호적수들이다.
중국 항만들의 급성장이 우리에게 미치는 가장 큰 악영향은 환적(換積)화물의 감소다. 2004년 우리나라 항만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의 36%가 환적화물이었고 이 중 중국 수출입화물의 비중은 55.9%에 이르렀다.
그 동안 중국 항만들의 시설 미비로 우리나라에서 환적하던 화물들이 중국으로 대거 이동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실제 2005년 양산항 개항 직후 프랑스의 유력 선사인 CMA CGM사는 8,500톤급 초대형 선박 8척을 상하이와 유럽 항로에 배치했는데 이 배들은 상하이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를 전혀 거치지 않는다.
해양수산개발원 임종관 박사는 “초대형 선박들이 상하이항을 기항지로 삼고, 그 동안 상하이항에 기항하던 중대형 선박들이 환발해권 항만으로 이동하면 우리나라 항만의 환적 수요는 급격히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항만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쟁보다는 새로운 수요 창출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예컨대 대형화물이 환적되는 항만까지 화물을 수송하는 중ㆍ단거리 노선을 많이 확보하고 해운 물류 창출을 이끌어낼 수 있는 항만 배후의 제조업 기지를 더 많이 개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 陸/ 칭장철도 개통후… 中 "다음 역은 인도"
"다음 정차역은 인도입니다.”
중국 본토와 티벳자치구의 성도(省都)인 라싸를 연결하는 칭장철도 개통을 앞둔 지난해 4월. 홍콩의 유력 시사주간지 ‘아주주간’ 표지에는 이색적인 헤드라인이 달렸다. 칭장철도 개통을 계기로 중국과 인도의 철도 연결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제기한 것이다.
중국 정부의 구상은 라싸에서 중서부 티벳을 가로질러 인도 북동부와 뉴델리까지 연결하는 철도를 건설하겠다는 것. 중ㆍ인 자유무역협정(FTA)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와의 육로운송이 가능해지면 교역량은 비약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북서부 신장자치구의 카슈가르에서 파키스탄까지 연결하겠다는 계획 역시 서남아 진출 가속화를 염두에 둔 조치다.
동남아와의 철도망 연결 공사는 이미 삽을 떴다. 3개 루트를 통해 중국과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태국을 두루 횡단하고 싱가포르까지 연결할 예정인 이 철도 노선의 총길이는 8만1,000㎞. 공사가 완료되고 기술적인 문제들이 해결되면 러시아, 몽골 연결 노선을 갖고 있는 중국은 아시아와 유럽을 관통하는 국제철도의 시발점이자 종착점으로 부상하게 된다.
이런 상황은 우리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 정부도 북한을 통해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 등과 연계해 유럽까지 철도 연결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2000년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경의선 연결로만 우리나라는 연간 1억 달러의 경제적 이익을 볼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 경의선 시범운행도 성사되지 못했을 정도로 기대와 거리가 있다. 시범운행이 이뤄진다 해도 북한 철도 노선의 현대화, 법적ㆍ기술적 측면의 보장 등 해결과제가 산적해있다.
우리나라가 ‘대륙의 섬’ 처지를 면치 못할 경우 물류비용과 경제 경쟁력 전반에서 중국에 고전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중국 철도망을 이용하려는 항공 및 해상 화물의 중국행 러시가 이어지면 우리 공항이나 항만도 연쇄적인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성원용 한국교통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대륙철도와의 연결은 경제적 측면 뿐 아니라 그 동안 단절됐던 대륙으로의 진출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며 “북한, 러시아, 중국 등 이해 당사국과 순차적인 협의를 통해 사업 진행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空/ 中 항공사 저가공세… 국내 항공사 우울
최근 항공업계의 화제는 10만원대 중국 왕복항공권이다. 비수기 한정 가격이고 세금 등 9만~10만원 정도의 추가 부담이 있지만 과거와 비교해보면 ‘덤핑’ 수준이다. 물론, 국적항공사들이 경영 혁신을 통한 비용 절감으로 이뤄냈다기보다는 중국 항공사들의 저가 공세에 떠밀린 측면이 강하다.
지난해 한ㆍ중 항공회담에서 산둥성 지역에 한해 항공자유화를 시행하기로 합의한 이후 이 같은 추세는 본격화하고 있다. 양국간 전면적 항공자유화 가능성도 높아 중국 항공사들의 진공에는 한층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010년 시작 예정인 중ㆍ미 항공자유화도 간과할 수 없는 변수다. 지금은 직항노선의 부족으로 중국의 수출품이 우리나라에서 우리 항공기에 실린 뒤 미국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대한항공의 경우 전체 물량의 20% 정도가 중국 환적화물이다. 중ㆍ미 직항 노선이 증가하면 이 화물의 상당 부분을 빼앗길 가능성이 높다.
우리 항공사들은 아직 경쟁력에서 앞서기 때문에 실보다 득이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성장으로 업계의 ‘파이’가 커지는 이점도 있다.
하지만 경쟁력 우위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중국 정부는 경쟁력 강화차원에서 난립 수준의 국내항공사를 국제항공, 동방항공, 남방항공의 3대 항공사 중심으로 통ㆍ폐합하고 있다.
향후 5년간 신공항 건설 및 확충에 1,400억위안(한화 16조원 상당) 투자,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공항의 국제허브 공항 육성 등 인프라 투자 계획도 탄탄하다. 보잉은 이를 고려해 “2025년이 되면 중국 민간 항공기 보유대수가 3,900대에 달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경쟁이 격화하면 시장가격이 붕괴되고 국적 항공사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며 “하지만, 시장확대 측면에서 중국 항공시장의 성장은 우리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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