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공화당 행정부가 민주당 주도의 의회 압력에 굴복, ‘영장없는 비밀도청’등 국내 비밀정보활동 자료를 의회에 제출키로 함으로써 중간선거 이후 달라진 행정부-의회 관계가 확연히 드러났다. 앨버토 곤살레스 미 법무장관은 31일 2주간에 걸친 의회와의 대치 끝에 테러용의자들에 대한 비밀 전화도청 등 국내 스파이 프로그램에 관련된 자료를 상ㆍ하 양원의 핵심의원 40여명에게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의원들에게 전달될 비밀 자료에는 해외정보감시법원(FISC)이 보관중인 테러용의자들에 대한 수사관들의 비밀감시활동 및 허가요청서, 판사의 관련 명령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제출을 둘러싼 행정부-의회의 대치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행정부를 상대로 강제소환장을 발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부시 행정부는 마침내 2주만에 백기를 들었다. 부시 행정부는 이미 ‘영장없는 비밀도청’이 합법적이라고 강변하던 입장에서 후퇴, 앞으론 해외정보감시법원의 영장을 받아 도청활동을 벌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들은 “이로써 행정부-의회간에 존재하던 가장 최근의 갈등이 해소됐으며 이는 행정부가 민주당 주도의 의회에 보다 유화적인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보도했다.
민주당은 그러나 1차적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제출된 자료를 검토한 뒤 9ㆍ11 테러 이후 ‘영장없는 비밀도청’을 감행했던 국가안보국(NSA) 설치 과정 등에 관한 자료를 추가로 요구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소속 패트릭 리히 상원 법사위원장은 “추가적인 감독이나 입법이 필요한 지를 알아보기 위해 자료를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면서 “일반인들에게도 국가안보규정에 맞춰 자료공개가 최대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해 자료의 일반 공개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곤살레스 법무장관는 “비밀자료가 일반에 공개될 경우, 분명히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제, “우리는 미 정부의 비밀활동에 관한 고도의 비밀자료를 의회에 한해 제공하는 것”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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