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돈의 디자인을 놓고 말들이 많다. 간단히 정리하면 1만원권은 우리 발명품인 혼천시계 대신 중국에서 처음 나온 혼천의 그림을 넣었다는 것이고, 1,000원권은 퇴계 이황이 독서하는 그림을 넣었는데 그 장소가 어디인지 잘 모른다는 것이며, 5,000원권은 신사임당 그림을 넣었는데 그림 내용이 한국 과일이 아니라 아프리카에서 온 외래산 수박이 위주라는 것이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3종 모두 화폐 자체에 그림의 출처나 제목은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잘 모르고 엉성하게 했다는 것이 바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다만 이런저런 의문에 대해 한국인이나 외국인이 질문을 했을 때 발권 당국인 한은조차 말끔한 설명을 못 한다는 점이 문제다.
화폐는 한 나라의 얼굴이다. 화폐 디자인에는 나라의 얼굴을 어떻게 상징화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겨 있어야 한다. 한국은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인 나라다.
대한민국의 얼굴을 정확히,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는 것은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당신네 화폐는 무슨 의미냐고 물을 때 제대로 답할 수 없을 정도로 일을 했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최근 나온 1만원권과 1,000원권만 해도 이미 지난해 1~5월에 디자인 시안이 공개됐다. 최종 발권까지 널리 의견을 수렴해 고칠 것은 고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다.
새 지폐 3종의 발행 방침이 결정된 것이 2005년 4월이고 이 일을 전담하는 한국은행 발권국 담당자가 15명 가까운데도 일이 이 지경이 됐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자문위원 가운데 미술사 담당이 1명이라서 잘 몰랐다거나 디자인 시안을 공개했을 때는 아무 말이 없다가 왜 나온 다음에 말이 많으냐고 항변하는 한은 쪽 얘기는 아예 안 들은 것으로 하고 싶다.
이제 와서 신권을 회수하고 재발행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번 사태를 국가기관의 무능, 무신경의 사례로 교훈 삼아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게 해야 한다. 돈 만드는 과정에서만 빚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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