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에서 일본 언론에 포착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36)이 마카오를 일시 방문한 것이 아니라 3년전부터 현지에 거주해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홍콩의 사우스모닝포스트가 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김정남이 마카오 5성급 호텔 ‘만다린 오리엔탈’의 한 객실을 3년째 쓰고 있으며, 그의 가족들도 마카오 콜로안 섬의 한 빌라에 살고 있다고 밝혔다.
호텔 객실은 그의 활동 근거지였지만 최근 노출되자 체크아웃했다. 그의 빌라에는 둘째 부인과 아들 하나가 살고 있다는 설이 있다.
김정남은 마카오 시내 식당에서 식사를 하거나 카지노와 슬롯머신 업소에서 도박을 하는 장면이 한인동포들에 의해 종종 목격됐다고 한다. 소식통들은 “김이 마카오 거처를 ‘집’으로 부른다”며 “그가 ‘조용히’ 사는 한 마카오에서 자유롭게 살수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은 그의 일상에 관해 “김은 중국에서보다 훨씬 편안함을 느낀다”면서 “그가 돈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항상 호화롭게 살지는 않으며 소박한 생활도 즐길 줄 안다”고 전했다.
김정남은 시내를 돌아다닐 때 경호원을 대동하지 않은 채 택시를 이용하며 북한 교민사회와도 접촉하지 않고 있다. 스위스에서 교육을 받아 5개국에 능통한 그의 배경도 마카오 적응을 도왔을 것이다.
김정남은 최근 건강검진을 위해 베이징(北京)을 다녀왔으며, 도미니카 공화국과 포르투갈 여권을 이용해 해외나 중국을 수시로 여행하고 있다.
김은 마카오 거주 이후 여러 차례 홍콩을 방문했는데, 지난해 10월 북한 핵 실험 직후 홍콩 입국을 거부당했다고 한다. 따라서 김정남이 호텔을 나서는 장면을 포착한 일본 요미우리 신문이 그가 여행차 마카오에 왔다고 전한 것은 사실과 다른 것이다.
김정남의 마카오 체류는 미묘한 외교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요미우리 신문은 “정남이 홍콩의 한 은행에 개설한 계좌와 김정일 비자금 연루 가능성을 해명하기 위해 마카오에 왔다”고 전했다.
김이 북한 비계좌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는데다, 마카오가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가 이뤄졌던 방코델타아시아(BDA)가 소재한 지역이어서 파장을 낳을 수 있다.
김정남의 마카오 거주가 확인된다면 그의 북한 내 정치적 위상을 설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김 위원장과 그의 첫번째 부인인 영화배우 성혜림 사이에서 태어난 정남은 제네바 대학을 졸업한 후 국가보위부 등에 근무했으나, 2001년 일본 불입국이 발각돼 후계구도에서 멀어졌다.
전문가들은 후계자로 거론되는 정철, 정운 등 이복동생들의 어머니인 고영희가 최근 사망한 뒤에도 김정남이 해외로 떠도는 것을 보면 후계구도가 여전히 불안정한 것같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