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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의 경영학-대·중소기업 협력이 경쟁력이다] <3> 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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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의 경영학-대·중소기업 협력이 경쟁력이다] <3> 포스코

입력
2007.02.02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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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월 포스코와 철강용 센서 협력사인 우진일렉트로나이트(경기 화성시 동탄면 소재)의 실무진 10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실무 책임자들이 모인 이유는 철강업계의 오랜 난제로 여겨져 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였다.

제철소에서는 강철의 성격을 좌우하는 쇳물의 온도와 산소 및 탄소 함유량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게 중요한 과제다. 이러한 공정이 포함된 제강은 ‘제철소의 꽃’으로 불릴 정도다.

이를 위해 예전에는 1,400~1,700도의 쇳물을 담고 있는 전로(轉爐)를 옆으로 기울인 뒤 작업자가 직접 숟가락 모양의 긴 삽으로 시료가 될 쇳물을 퍼냈다. 위험하고 사고가 많은 공정이라 1980년대 후반 이후에는 자동화 설비가 이뤄졌다.

그러나 유독 스테인리스 정련로는 쇳물 위에 찌꺼기(슬래그)가 많을 뿐 아니라 요동치는 쇳물 표면의 특성상 자동화가 힘들었다. 공동 프로젝트팀은 이날 스테인리스 정련로의 온도 측정 및 시료 채취 자동화라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머리를 맞대게 된 것이다.

공동 프로젝트팀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무엇일까. 포스코는 우선 우진일렉트로나이트 실무진이 포스코의 경영혁신 활동인 ‘포스코식 6시그마’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100만개의 제품 중 불량품이 3.4개 이하가 되도록 관리하는 품질경영 기법에서 출발, 이를 프로세스 혁신과정으로 승화시킨 포스코식 6시그마는 우진일렉트로나이트 실무진의 문제 해결 역량을 포스코 수준으로 올려 놓았다. ‘고기를 잡아주기보다는 고기 잡는 법을 먼저 가르친다’는 지론에 따른 것이다.

똑같은 교육을 받은 양사 실무진은 이제 서로의 눈빛만으로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했다. 6개월여 동안의 교육이 진행되면서 공동 프로젝트팀은 긴 막대 모양의 온도기 및 시료 채취기를 제작한 뒤 이를 로봇팔을 이용해 스테인리스 정련로에 넣어 온도 측정과 시료채취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쇳물의 온도는 백금을 활용해서 쟀다.

온도가 올라가면 백금에 기전력이 생겨 전자가 이동하는 데 이 때 발생하는 전하의 양으로 온도를 측정하는 원리이다. 데이터는 유선으로 상황실에 연결해 모니터에 바로 뜨도록 했다. 쇳물 찌꺼기가 혼입되는 문제는 온도계 앞쪽에 필터를 부착하는 아이디어를 내 해결했다. 쇳물이 요동쳐 측정 지점을 찾기 힘든 것도 일정한 운동의 패턴을 찾아냄으로써 해결했다.

개선안은 대성공이었다. 먼저 자동화가 이뤄짐에 따라 수작업에 동원됐던 4명의 인건비인 연간 1억9,000만원이 절감됐다. 또 스테인리스 정련로를 일부러 기울이지 않아도 돼 조업 시간 단축과 에너지를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온도와 데이터를 측정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포스코가 생산하는 스테인리스강의 품질이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포스코는 이에 따라 절감된 인건비 1억9,000만원을 전액 우진일렉트로나이트에 현금으로 지급했다. 협력사와 이익을 공유하는 ‘베니핏 셰어링’(Benefit Sharing)에 따른 것이다. 우진일렉트로나이트는 이를 직원들의 보너스와 연구개발비로 활용했다. 사기가 충천한 우진일렉트로나이트는 불량률 및 재고비용 최소화와 관련된 개선안을 다시 내놓았고, 결국 포스코는 연간 10억원의 원가를 절감하는 효과를 보게 됐다.

포스코의 상생 프로그램을 배운 우진일렉트로나이트는 이제 자신들의 협력사로 상생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협력사에 줘야 하는 1,000만원 이하의 대금은 현금으로 바로 결제해주고 있다. 1차 협력업체에 머물렀던 상생 협력의 온기가 점차 2,3차 협력업체들에게까지 퍼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황선춘 우진일렉트로나이트 팀장은 “스테인리스 정련로의 온도 측정 및 시료 채취의 자동화는 전세계에서 포스코와 우진일렉트로나이트만 갖고 있는 독창적인 기술”이라며 “상생협력이 무에서 유를 창조해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했다”고 말했다.

화성=박일근기자 ikpark@hk.co.kr

■ 백봉기 우진일렉트로나이트 사장/ "깐깐한 포스코 덕에 탄탄한 기술력 확보"

“중소기업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상생 프로그램으로는 포스코의 ‘베니핏 셰어링’이 단연 최고입니다.”

백봉기 우진일렉트로나이트 사장은 “대부분의 상생 프로그램들은 상생의 열매가 결국 대기업만 살찌우게 돼 있지만 베니핏 셰어링은 다르다”며 이렇게 말했다. 협력 업체에서 공급품의 원가를 낮출 수 있는 획기적 방안을 찾아내면 결국 공급 단가가 낮아져 대기업의 수익성만 좋아진다는 것.

그러나 베니핏 셰어링은 낮아진 단가로 발생한 성과금이 협력사에 바로 현금으로 지급된다. 이 때문에 마지못해 참여하는 다른 상생 프로그램들과 달리 베니핏 셰어링은 협력사가 먼저 더 나은 방법을 스스로 찾아 나서게 된다는 게 백 사장의 설명이다.

우진일렉트로나이트는 본래 우진의 자회사였는데 우진이 지난해 철강용 센서 부문을 분사한 뒤 벨기에의 일렉트로나이트와 합작하면서 탄생했다. 세계 철강 관련 계측기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일렉트로나이트가 손을 내밀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 받은 것이다.

이 사장은 이처럼 기술력이 높아질 수 있었던 비결을 “깐깐한 포스코 덕분”이라고 밝혔다. 포스코의 까다로운 요구 사항에 맞추다 보니 기술력이 향상됐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우진일렉트로나이트가 포스코에 납품하고 있는 철강 관련 계측기의 합격률은 98%로 일본 업체(95%)보다도 높다. 이 사장은 “포스코의 당근(베니핏 셰어링)과 채찍(깐깐함)을 통해서 얻어진 경쟁력을 바탕으로 이젠 세계시장에 도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일근기자

■ 포스코, '베니핏 셰어링'에서'함께'로

포스코는 협력사와 기술개발의 성과를 공유하는 ‘베니핏 셰어링’(Benefit Sharing) 제도 외에 다양한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 핵심엔 ‘함께’라는 가치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9월 포항지역 중소기업 37개사와 테크노파트너십 협약식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은 중소기업 현장을 방문해 직접 기술 컨설팅을 해주거나 각종 시험과 분석을 무상으로 해주는 등 중소기업이 원하는 ‘맞춤형 기술’을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협약에는 포스코 기술연구소와 포항공대, 포항산업과학연구원, 포항테크노파크 등도 참여했다.

326명의 전문인력이 161건의 기술자문과 41건의 시험 분석 등을 진행했다. 포스코는 이러한 산ㆍ학ㆍ연 연계를 확대, 포항을 미국의 실리콘밸리나 스웨덴의 시스타 사이언스파크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산업 클러스터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포스코가 보유한 특허기술을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한 포스코 기술이전 특허 조회시스템과 특허상담센터도 ‘함께’라는 개념에서 출발하고 있다. 또 사내 교육기관인 인재개발원의 교육 인프라와 노하우를 활용, 출자사와 외주 파트너사(협력회사)에게 맞춤교육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이곳을 통해서 교육 받은 인원만 총 7,722명이 된다.

‘중소기업 초청 경영노하우 전수 설명회’도 중소기업 대표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포스코는 이를 통해 ‘혁신의 성공을 위해선 추진하는 툴이 간단해야 하고, 전 직원들이 볼 수 있어야 하며, 전 직원이 함께 하는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중요하다’는 혁신 활동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이외에 ‘중소기업 전액 현금지불 제도’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2004년 2조3,000억원이었던 현금 누계 지불액이 지난해엔 3조5,295억원까지 늘어났다.

포스코는 앞으로도 중소기업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개발, 적극 시행해갈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금까지 중소기업과의 상생 분위기를 조성하는 기간이었다면 앞으로는 중소기업의 취약한 인력 육성과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릴 수 있는 교육과 기술 지원에 초점을 맞추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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