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해~군이다. 바다가 고~향. 가슴속 끓는 피를 고이 바치자.”
갑작스런 한파로 전국이 영하권으로 떨어진 1일. 해가 진 경남 진해의 해군사관학교 연병장은 허연 입김과 함께 ‘해군가’를 토해내는 앳된 학생들의 함성으로 살을 에는 바닷바람도 무색하다. 21대1의 바늘구멍을 뚫고 사관학교에 합격한 140여명의 해사 예비생도들이 입학식에 앞서 5주간 가입교 훈련을 받는 중이다.
군가합창에 이어 연병장 구보와 팔 벌려뛰기 등 온몸을 달구는 체력훈련이 30분간 이어졌다. 연신 거친 숨소리로 헐떡이는 예비생도들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훈련대장 왕갑식 중령이 갑자기 “전투복 상의 탈의”라는 명령을 내리자 예비생도들은 모자와 웃옷을 벗고 속살을 드러냈다. 15명의 여자 예비생도들은 반팔T셔츠 차림이다. “춥습니까”라는 훈련대장의 다그침에 생도들은 “괜찮습니다”를 연발했고 “앞으로 가”라는 구호에 맞춰 일제히 연병장 앞 진해만 바닷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해사의 전통인 ‘옥포만 의식’이다. 대양해군의 간성인 생도로 환골탈태하기 위한 세례의식이자 명예로운 군인의 길을 가기 위한 통과의례다. 옥포만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왜군을 상대로 첫 해전에서 승리한 장소로 지금은 진해만으로 불린다. 이 의식은 시종일관 진지하고 엄숙하게 진행된다.
바닷물이 무릎까지 잠긴 생도들은 어깨동무를 한 채 군가를 부르면서 추위를 견뎌냈다. “5보 앞으로”라는 소대별 지휘관들의 명령이 떨어지자 바닷물은 어느새 가슴까지 차 올랐다. ‘체감 온도’는 갈수록 떨어졌지만 생도들은 이를 악 다물고 한계상황을 버텨냈다. 군가 소리와 함성은 오히려 점점 커져 갔다. 10여분 뒤 교가제창과 함께 옥포만 의식은 끝났다.
서재성(20) 예비생도는 “정신력으로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수석 입학생 김혜현(20ㆍ여) 예비생도는 “과연 해 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자신감이 넘친다”고 말했다.
이홍희 해사 교장(중장)은 “제식훈련과 총검술 등 기초군사 훈련은 물론 현역들도 힘들어 하는 유격훈련까지 포함돼 있지만 탈락하는 예비생도는 거의 없다”고 했다. 예비생도들은 16일 정식 입교식을 갖고 사관생도가 된다.
진해=글 이동렬기자 dylee@hk.co.kr사진 손용석기자 st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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