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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석호가 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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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석호가 죽어간다

입력
2007.01.31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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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생태계의 보고인 석호(潟湖)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다. 그나마 물을 담고 있는 일부 석호는 수질이 오염돼 시궁창으로 변하고 있다. 주변경관도 크게 훼손됐다.

31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강원 동해안 지역 18개 석호 가운데 양양군 현남면 군개호(군개버덩) 등 11개는 이미 매립돼 원형 복원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강릉시 송지호와 속초시 영랑호 등의 수질은 화학적산소요구량(COD) 기준 4등급 이하다. COD 기준은 1~5등급이 있으며 5등급이 가장 나쁜 수질을 뜻한다.

양양군 쌍호는 습지 대부분이 늪지로 변했다. 한쪽 호수는 매립돼 아예 논으로 둔갑했다. 이 지역은 한때 멧새, 왜가리, 대백로가 서식했으나 최근 수년사이 새를 찾아 볼 수 없다. 군개호는 하조대 집단시설지구로 편입되면서 석호를 매립, 흔적조차 사라졌다.

예전에 염전터였던 양양 염개호는 일부가 매립돼 지금은 어망 관리장소로 변했다. 해안가쪽으로 습지식생이 일부 보존돼 석호라는 흔적만 남아 있다.

규모가 큰 화진포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2001년부터 2003년까지 27억원을 투입해 수질정화사업 등을 했지만 COD 기준 4등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류가 집단 폐사한 적이 있는 경포호 역시 109억원을 쏟아 부었지만 수질은 COD 기준 4등급이다. 수만 마리를 사육하는 가금류, 소, 돼지 농장에서 축산폐수와 생활하수가 호수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와 지자체는 그 동안 석호 관리 책임을 서로 떠넘겼으며 호수 정화를 위해 수십억~수백억원을 투자한 일부 정책은 오히려 석호의 생태계를 파괴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자체의 개발정책과 민간의 이윤욕구가 맞물리면서 석호 주변이 개발 대상이 되면서부터 생명력을 잃고 있다. 인근 지역에서 발생한 생활하수나 축산폐수를 처리하는 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질소, 인의 농도가 높아져 물이 오염됐다.

환경부는 석호의 기능을 유지하고 있는 경포호, 화진포호, 송지호 등 7곳에 대해 올해부터 생태계 정밀조사를 거쳐 복원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이들 지역을 야생동식물 특별보호구역 등 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석호

석호는 해수 작용에 의해 형성되는 모래톱 등이 만의 입구를 막아 바다와 분리돼 만들어진 호수다. 담수와 해수가 수시로 교류해 숭어 황어 가물치 등 수십 종의 고급 어패류가 서식할 수 있는 어족자원 기지다. 검독수리 등 멸종위기종도 관찰된다.

송두영기자 d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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