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가 전세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연합(EU)이 10일 온실가스 감축을 골자로 하는 에너지 정책을 공개한데 이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국정연설과 27일 폐막한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도 지구온난화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기후 변화에 따른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자각에서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인류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 때문에 20세기 지구온난화가 진행됐고, 이대로라면 21세기말 지구는 몰라볼 정도로 황폐해질 것이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정부간패널(IPCC)이 2일 발표할 예정인 4차 평가보고서는 지구 미래에 대해 이 같은 암울한 경고를 담을 전망이다.
IPCC의 4차 보고서는 총 3개 섹션으로 구성돼 있다. 종합보고서는 11월 발표될 예정이다. 100여개국 기후 전문가와 정부 대표들은 1월29일부터 나흘간 파리에서 개최 중인 IPCC 비공개회의에서 우선 지구 온난화의 과학적 배경을 다루는 섹션의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보고서 초안은 지구 온도가 20세기동안 0.74℃ 상승했고, 온실가스의 70%를 구성하는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함량이 현재보다 50% 증가할 경우에는 앞으로 4.5℃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PCC는 2001년 발간한 3차 보고서에서 온실가스가 지난 세기 지구온도 상승의 원인일 확률을 66% 이하로 잡았으나, 이번 보고서에는 90%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기온 상승이 지구 환경과 생태에 미칠 부작용은 무시무시하다. 이번 세기에 북극에서는 여름철이면 빙하가 녹아 사라져 볼 수 없게 되고, 아프리카와 남아시아는 극성스런 가뭄 때문에 더욱 황폐해질 것이다. 무더위와 집중호우는 더 자주 찾아오고, 태풍이나 허리케인의 발생 빈도는 줄지만 대신 더 강력한 피해를 입힐 것으로 보인다.
부시 행정부의 기후 정보 왜곡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한 미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기후변화 대책에 동참할지도 주목된다.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하는 등 지구온난화 대책을 등한시해온 부시 행정부에 대한 성토도 나오고 있다.
30일 열린 하원 정부개혁위원회 청문회에서 미 기후과학자들은 부시 집권 이후 백악관으로부터 기후 변화에 대한 경고를 축소하도록 정치적 압력을 받아왔다고 증언했다. ‘걱정하는 과학자 모임(USC)’등 시민단체는 정부산하 연구기관의 기후과학자 279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이 총 435회에 걸쳐 연구 활동과 관련해 정치적 간섭을 받았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연구자들은 ‘지구 온난화’ 같은 용어를 논문 등에 사용하지 못하거나 언론 등의 인터뷰에도 제약을 받는 등 기후 변화의 위험을 제대로 알릴 수 없었다고 응답했다.
상원에서도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배럭 오바마 상원의원,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 등 대선 후보들이 “기후 변화에 대해 의회가 나서야 할 시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후 정상회의 개최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30일 유엔환경계획(UNEP)으로부터 긴급 기후 정상회의 개최가 필요하다는 권고를 받았다. 2012년 만료될 교토의정서의 후속 조치는 각국 정치지도자들의 이해와 결단을 전제로 마련돼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교토의정서를 탈퇴한 미국과 호주, ‘세계의 공장’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이 온실가스 규제에 동참하지 않으면 지구의 미래는 없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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