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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과거사 논의보다 이성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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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과거사 논의보다 이성적이어야 한다

입력
2007.01.31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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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긴급조치 위반사건 판사들의 명단이 공개됐다. 앞서 우리는 당시 판사들의 실명 공개가 자칫 사안의 본질에서 벗어난 시비로 번져 사회적 갈등과 반목만 키울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긴급조치 사건들을 정리하면서 판사 이름만 빼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공개를 강행했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유신헌법이나 그에 근거한 긴급조치가 변호될 여지는 추호도 없다. 헌법에 명시된 최소한의 기본권조차 차압한 이 법과 조치는 시대상황 등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성이 성립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판사 명단 일괄공개 반대를 긴급조치 옹호나 과거에 대한 무반성적 태도 따위로 몰아붙이는 것 역시 온당치 않다. 권력자의 정치적 행위인 긴급조치와, 실정법에 근거한 법률행위인 판사의 판결은 근본적으로 구분해 인식해야 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만약 당시 법체계에 따른 통상의 법률행위를 모두 문제 삼는다면, 유신체제는 헌정사적으로 연속성을 갖는 실체라는 점부터 전면 부정돼야 하는 심각한 논리적 모순을 낳는다. 우리가 과거사를 논하는 것은 부당한 정치행위 등을 문제 삼는 것이지, 그 시대 전체를 부정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과거사 논의들이 번번이 극단적 갈등으로 치닫는 것은 이 같은 구분을 인정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혁당 사건에서 용기있게 무죄의견을 냈던 판사 이름이 여타 긴급조치 위반사건 곳곳에 올라 있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그런 점에서 긴급조치 과거사 정리 차원이라면 판사 이름까지 포함한 전면 판결문 공개는 예상되는 파장과 부작용으로 볼 때 사려 깊지 못한 것이다.

최근의 인혁당 재심결과와 지난 주 공개된 긴급조치 위반사례 분석만으로도 이 조치의 야만성은 충분히 설명되고도 남음이 있다. 이번 사안을 계기로 우리의 사회적 논의가 보다 이성적이고 성숙한 단계로 진일보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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