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실시된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ㆍScholastic Aptitude Test) 문제가 1년 여전 시험과 거의 똑같이 출제됐다는 사전 유출 의혹이 불거졌다. 응시생과 학부모 등은 공동대응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도 30일 최소한 1명 이상의 한국인 수험생이 문제를 미리 확보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31일 SAT 응시생 등에 따르면 SAT 준비반으로 유명한 서울시내 3개 학원에서 1월 시험을 앞두고 수강생들에게 2005년 12월 기출 문제를 제공했다. 그런데 실제 시험에서 거의 비슷한 문제가 상당수 출제돼 해당 학원생들이 이득을 본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SAT는 한국의 수능과 같이 표준화한 미국의 시험으로 미국 대학 입학에 반드시 필요하다. 1년에 7차례 정도 치르는 SAT는 문제은행식으로 출제되는 만큼 공식적으로 공개한 문제 외에 기출 문제가 유출되는 것을 엄격히 막고 있다.
한국인 학부모와 응시생들은 시험 주관처인 미국 칼리지보드에 항의 메일을 보내기로 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유학 준비생이 많은 외국어고와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 학부모들은 관리 소홀을 따지는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관리 잘못으로 문제가 샜다면 신뢰도가 훼손된 것인 만큼 성적 취소 등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관련 기관들도 문제 유출 사실을 확인하고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교육평가원(ETS)은 한국에서의 유출 범위과 경위를 조사 중이다. 레이몬드 니코시아 이사는 “서울에서만 일어난 상황으로 알고 있다”며 “사전 정보를 갖고 응시한 학생들의 점수를 취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출 문제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구 A학원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지 같은 문제는 아니다”며 “대부분 학원에서 기출 문제를 쌓아놓고 모의고사를 보는 만큼 2005년 12월 문제를 미리 접했다면 운이 좋은 것이지 부정은 아니다”고 밝혔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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