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베이징(北京)에서 재개되는 북핵 6자회담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진전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결국 대북 경수로 제공문제가 걸림돌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은 6자회담 미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29일 “(이번 회담에서) 우리가 이루려는 궁극적 목적의 일부로서 제네바 합의와 유사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한층 현실성을 더하게 됐다.
1994년 체결된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는 북한 핵시설 동결의 대가로 중유 등 에너지를 지원한 뒤 핵시설 및 핵물질 폐기 단계에 가서 경수로 원전 완공을 위한 핵심 부품을 공급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었다.
물론 미측이 초기단계 이행조치로서 상정하고 있는 영변 5MW 흑연감속로 및 재처리시설의 가동중단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재개 수준에 만족한다면 경수로 문제 거론을 이번엔 일단 피해갈 수는 있다.
이 경우에도 미국을 비롯한 6자회담 참여국들은 상응조치로서 대북 에너지 제공을 위한 대책과 재원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아주 쉬운 단계인 여기서 그친다면 조지 W 부시 정권이 그토록 거부감을 보였던 제네바 합의와 유사한 정도가 아니라 ‘완전 붕어빵’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측은 핵시설 동결은 폐기를 전제로 하는 것이고 폐기를 위한 연계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수 밖에 없지만, 이번 회담에서 폐기를 입에 올리는 순간 북측에 의해 경수로 문제는 자동으로 딸려 나오게 돼 있다.
지난해 합의된 9ㆍ19 공동성명에서 미측은 당초 경수로를 배제하려 했으나 결국 ‘적절한 시기에 경수로 제공문제에 대해 논의한다’는 데 동의했다.
미측은 이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 동결에서 폐기로 바로 넘어갈 수 있도록 시간을 최대한 단축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그럴수록 경수로 문제가 발목을 잡게 되는 상황도 그만큼 앞당겨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물론 이미 제안된 경수로 문제의 대안은 있다. 한국측이 북한에 제공할 의사를 밝힌 200만kw의 전력지원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선 북한이 에너지 안보 등을 이유로 거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미측이 제네바 합의에 대한 거부감을 완화시켰듯이 경수로 문제에서 전향적 입장을 보이거나 다른 유인책을 마련한다면 제네바 합의와 거의 똑같아 지기는 하지만 상당한 진전을 이룰 수는 있을 것이다. 문제는 제네바 합의를 답습한다고 해도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은 제네바 합의 때의 핵시설 및 핵물질 폐기에 대한 보상을 넘어 실험까지 마친 핵무기 폐기의 대가를 새롭게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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