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문제 협상을 위한 6자회담이 8일 베이징에서 다시 열린다. 지난해 12월 회담과 달리 이번에는 북ㆍ미 양쪽이 미리부터 타협적 자세를 보여, 뭔가 진전을 이룰 분위기다.
물론 오랜 우여곡절에 비춰 섣불리 획기적 성과를 기대할 것은 아니다. 협상을 통한 핵 문제 해결의지를 서로 다짐하고 이어가는 것이 긴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우고 싶다.
이번 회담이 희망적인 것은 기묘하게 얽힌 북핵과 금융제재 문제를 일단 분리해 나란히 협상하는 틀에 북ㆍ미가 대체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지금껏 본질적으로 별개 사안을 놓고 서로 먼저 물러서라고 다툰 것에 비해 합리적인 자세다.
그제 시작된 금융문제 협상에서 미국이 동결한 마카오 BDA 은행의 북한계좌 일부를 풀어줄 것이란 예상이 많고, 북핵 회담에서는 지난해 9ㆍ19 공동성명이 설정한 핵시설 동결ㆍ사찰과 보상 등 초기이행 조치의 실행에 합의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미국측 협상대표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더 나아가 줄곧 잘못된 타협이라고 비난하던 1994년 제네바 합의 수준에 이를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우리 외교 당국은 이른바 포괄적 접근방안을 미국측에 끈질기게 설득한 결실을 거뒀다고 지레 들뜬 모습이다. 그러나 북핵 협상에 대한 지나친 기대나 요구는 문제의 본질을 오해 또는 왜곡하는 것이기 쉽다.
어찌 보면 북ㆍ미 양쪽은 핵실험에 이르도록 진정성 없는 대화와 기 싸움을 거듭했을 뿐이라는 비판을 의식, 전에 없이 타협적 자세를 보이는 것일 수 있다.
이런 근본적 의혹을 씻고 핵 문제 해결에 접근하려면 대화와 대치를 습관처럼 되풀이하는 행태에서 함께 벗어나야 한다. 획기적 대타협까지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합의한 타협조치를 조금씩 이나마 주고받는 식으로 실행, 진정성을 서로 확인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불법 금융거래나 핵 동결ㆍ사찰 및 반대급부 등의 구체적 쟁점마다 완벽한 해법을 고집해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우리사회도 협상의 본래 의미를 잘 헤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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