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보좌관(4급)이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3호 사업에 대한 국가기밀을 외국 기업 로비스트에게 넘겨줬다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은 31일 아리랑3호 사업 기밀을 유출한 현직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 보좌관 이모씨와 이 정보를 건네 받은 외국기업 에이전트 이모씨를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러시아 인공위성 업체 A사는 지난해 4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270억원대의 아리랑3호 탑재용 인공위성 고성능 카메라 사업 공고를 내자 입찰했다. A사뿐 아니라 독일의 B사, 이스라엘 C사 등 3개 업체가 수주 경쟁에 참여, 치열하게 경합했으나 결국 B사가 사업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A사의 에이전트였던 한국계 미국인 이씨는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국회를 상대로 로비를 계획했다. 이씨는 지난해 6월께“입찰 자격도 없는 독일 B사가 선정된 것에는 비리가 있다”고 보좌관 이씨에게 제보했다.
보좌관 이씨는 국회 과기정위원회에 있는 지인을 통해 항우연측에 입찰 관련 서류를 요구하며 조사를 시작했고 항우연측에서 문제가 되는 각종 제도의 개선 약속을 받아내고서 같은 해 10월께 조사를 끝냈다. 이때 보좌관 이씨는 대외비 문건으로 분류된 항우연의 입찰계획서 입찰참여회사 기술비교서 등 수십 개를 에이전트 이씨에게 넘겼다.
에이전트 이씨는 이 자료를 근거로 주한러시아 대사관에 한국 정부에 입찰 불공정성을 제기해 달라고 요청하다. 그러나 결국 자료 불법 입수 사실이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에이전트 이씨가 국회에서 입수한 자료로 입찰 결과를 번복하려고 했던 것 같다”며 “그러나 양자간 금품 거래 사실은 적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에이전트 이씨가 또 다른 국회의원측에 금품 로비를 한 정황이 있어 수사하고 있다.
보좌관 이씨는 “에이전트 이씨에게 넘긴 자료는 단순히 입찰계획서 등으로 전혀 기밀자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대외비 문건을 이해 당사자에게 넘긴 것 자체가 이미 범죄행위”라고 반박했다.
●아리랑3호
북한 등 한반도 주변지역의 독자적 감시정찰 능력 향상을 위해 개발 중인 다목적 실용 인공위성. 가로 세로 70㎝의 물체가 사진에서 한 점으로 표시될 정도로 해상도가 높아 악천후나 야간에도 관측이 가능하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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