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기 추리소설 작가인 시드니 셀던이 30일 오후(현지시간) 폐렴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향년 90세.
1917년 미국 시카고에서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난 셀던은 고교를 졸업하고 노스웨스턴대학에 진학했으나 대공황으로 중퇴, 스무살 때부터 할리우드의 영화 스튜디오를 전전하며 영화대본을 썼다. 시작은 변변치 못했지만, 공군 조종사로 2차 대전에 참전한 후인 1947년 캐리 그랜트와 셜리 템플 주연의 영화 <독신남과 사춘기 소녀(the bachelor and the bobby soxer)> 가 아카데미영화제 각본상을 차지하면서 시나리오 작가로 성공을 거뒀다. 독신남과>
이후 뉴욕으로 돌아와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희곡 작가로 활동하면서 토니상 등을 받았고, 1960년대 들어 TV 방송작가로 진로를 바꿔 시트콤 <내 사랑 지니(i dream of jeannie)> 등을 써 에미상을 받기도 했다. 내>
그가 소설가의 길로 들어선 건 나이 오십이 넘으면서부터. 1970년 처녀작 <벌거벗은 얼굴(the naked face)> 이 평단의 혹평에도 310만부나 팔리며 뉴욕타임스의 ‘올해의 최우수 추리소설’로 선정됐고, 1974년 <깊은 밤의 저편(the other side of midnight)> 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베스트셀러 작가의 입지를 굳혔다. 깊은> 벌거벗은>
<천사의 분노(rage of angels)> <게임의 여왕(master of the game)> <내일이 오면(if tomorrow comes)> 등 상류사회의 사랑과 음모를 특유의 대중적이면서도 감각적인 필치로 그린 그의 소설들은 세계 180여개국에서 50여개 언어로 번역돼 2억 8,000만부가 넘게 팔렸다. 그는 1977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언어로 작품을 출간한 작가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또 스토리라인을 정한 후 전문작가들을 고용해 집필하게 하는 ‘공업적 글쓰기’로도 유명했다. 내일이> 게임의> 천사의>
스스로의 삶이 롤러코스터 같았다고 말해온 셀던은 지난해 국내 출간된 자서전 <또 다른 나> 에서 “스릴 만점의 내 인생을 소중히 여기게 해준 아버지에게 가장 감사한다”고 말한 바 있다. 또>
가난을 견디지 못해 약국에서 훔친 수면제를 삼키려던 열일곱살의 셀던에게 그의 아버지는 “인생이란 끝까지 페이지를 넘기지 않으면 그 결말을 알 수 없는 소설 같은 것이니 너무 빨리 책을 덮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것. 아버지 말대로 생이라는 책을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 넘긴 그는 부인과 딸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롤러코스터’의 브레이크를 밟았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