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치 판사’ 이름 공개 논란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송기인)의 ‘2006년 하반기 조사보고서’가 31일 공개됐다.
이날 오후 대통령과 국회에 제출된 보고서에는 ▦민족일보 조용수 ▦김익환 일가 고문ㆍ가혹행위 ▦태영호 납북 ▦이수근 간첩조작 ▦이준호ㆍ배병희 간첩조작 등 5개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결과와 ▦김진수 항일독립운동 ▦김예태 황간장터 만세운동 등 2개 사건의 진실규명 불능 결정문이 실려 있다.
판사 실명을 기재해 인적청산 논란의 진원지가 된 ‘긴급조치위반 판결분석결과’도 참고자료 형식으로 보고서 말미에 수록됐다.
보고서에 실린 사건들은 과거사위에 신청된 사건 중 2006년 하반기에 조사가 마무리된 것들이다. 과거사위에는 1만859건의 진실규명 신청 사건이 접수(1월 27일 마감)돼 있으며 이 가운데 60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2005년 12월 조사활동을 시작한 과거사위는 총 7,000여건의 사건을 조사대상으로 보고 있다.
긴급조치 판결분석은 과거사위가 유신정권 시절의 긴급조치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 국가기록원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실시한 것이다. 과거사위기본법에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으로서 진실화해위원회가 이 법의 목적달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한 사건에 대해 조사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보수진영은 과거사위가 피해자 신청 사건도 아닌 긴급조치 유죄판결을 분석해 보고서에 실은 것에 대해 “과거사위가 정치적 의도를 갖고 긴급조치 사건 판결에 참여한 법관들의 면면을 공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사위는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 사건에 대해 “국가재건최고회의가 1961년 조씨가 체포된 뒤 제정된 법률을 적용, 사형을 선고한 것은 명백한 법률 불소급원칙 위반”이라고 결정했다. 조 사장에게 적용한 이적행위 혐의에 대해서도 “민족일보는 뚜렷한 반공입장을 내세우고 있었다”며 “근거 없다”고 결론 내렸다.
김익환 일가 고문사건, 태영호 납북사건 등 다른 간첩조작 사건에 대해서도 “허위정보와 고문에 의해 조작된 사건”이라고 결론짓고 피해자에 대한 국가의 사과와 재심을 진행할 것을 권고했다. 김진수 김예태 사건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릴 근거 자료가 부족하다”며 조사 불능 결정했다.
과서사위는 이번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긴급조치 판결분석 결과를 일부 언론에 유출, 인적청산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송 위원장은 “명단을 만든 것이 아니라 위원회 활동에 필요한 판결자료를 수집한 것일 뿐”이라며 ‘판사 실명 공개’에 초점을 맞추는 언론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지만 민감한 자료를 소홀히 다뤄 ‘과거사에 대한 진실규명’이라는 활동 목적이 소모적 논쟁 속에 파묻히는 결과를 초래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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