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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파일] '백두산'이라 부르면 공안 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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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파일] '백두산'이라 부르면 공안 감시?

입력
2007.01.30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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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온 안현수 선수가 너무 멋있어. 아빠! 그런데 <주몽> 이나 <대조영> 을 보면 만주가 옛날엔 한국 땅이잖아? 학교에서는 중국 땅이라고 배웠는데….”

제6회 동계아시안게임이 펼쳐지고 있는 중국 창춘(長春)에서 개인사업을 하는 안상섭(48ㆍ가명)씨. 그는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보는 초등학교 3학년 딸의 질문에 깜짝 놀랐다. “아빠, 고구려는 중국의 지방국가야”라는 딸의 부연 질문이 이어지자 “내 딸이 한국사람이 아닌 중국사람의 눈으로 역사를 바라본다는 사실이 두렵습니다”라고 말했다.

<주몽> 과 <대조영> 은 각각 고구려와 발해의 건국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고구려와 발해의 터전인 만주는 일제시대 독립투사들이 일본군에 맞서 싸운 곳. 만주벌판에 자리잡은 창춘은 만주와 백두산 지우기가 한창이다. 동계아시안게임 개막식 공연의 주제도 백두산의 중국식 이름인 창바이산(長白山) 띄우기에 집중됐다.

안씨는 “이곳 창춘에서는 만주와 백두산이라는 말이 나오면 중국인들이 굉장히 싫어한다”고 설명했다. 자칫 잘못하면 중국 공안(경찰)의 감시를 받을 수도 있다. 만주와 백두산 지우기에 혈안인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은 한민족의 역사인식은 물론 민족의식마저 지우고 있다.

동계아시안게임 프레스센터에는 백두산을 홍보하는 책자들이 널려 있다. <장백산(長白山)> 은 백두산의 비경을 담은 사진과 설명을 담았고, <창춘관광> 은 ‘장백산은 중화 10대 명산으로 관동 제1산이다’고 설명한다. 중국이 동계아시안게임을 통해 ‘백두산은 중국 땅이다’는 사실을 널리 홍보하고 있는 셈이다.

안씨는 아들과 딸에게 29일에 이어 30일에도 쇼트트랙 입장권을 사줬다. 가격은 150위안(약 1만 8,160원). 창춘 근로자의 한 달 임금이 보통 800~1,000위안이니 굉장히 비싸다. “우리 아이들이 ‘내 조국은 한국이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신나게 응원하라’고 했습니다.” 안씨의 소박한 바람이다.

창춘(중국)=글ㆍ사진 이상준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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