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수련회에 참가한 초등학생들이 도보행진 도중 승합차에 치여 6명이 죽거나 다쳤다. 사고 지점은 급한 커브길에다 편도 1차선의 좁은 길이어서 평소에도 불법 추월사고가 빈번했다. 그러나 사고 차량 운전자는 무리하게 추월을 하다 사고를 냈다. 또 사고 당시 도로 곳곳이 빙판을 이루고 있었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30일 오전 10시23분께 인천 강화군 양도면 조산리 조산초등학교 앞에서 렉스턴 승합차(운전자 정모ㆍ46ㆍ여)가 길 옆에서 도보행진 중이던 학생들을 덮쳐 박모(14ㆍ경기 부천시 원미초등학교6)군 등 2명이 숨졌다. 서모(14ㆍ원미초교6)군 등 4명은 중ㆍ경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서군은 뇌사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부천시 모 성당이 주관한 수련회에 참가한 초등학생과 중학생 29명은 29일 강화군 온수리성당에서 잔 뒤 이날 오전 9시께 성당을 출발, 내가면 청소년수련원까지 12㎞ 거리를 걸어 가고 있었다. 인솔 교사인 대학생 3명은 행렬 앞과 중간, 뒤에 각각 위치해 함께 걸었고, 또 다른 인솔자인 대학생 김모(25)씨는 이스타나 승합차를 시속 10~15㎞ 몰고 행렬을 뒤따랐다.
전체 도보행진 구간 12㎞ 중 5㎞ 지점인 조산초교 부근에 이르렀을 때 뒤에서 렉스턴 승합차가 나타났다. 시속 70㎞로 달리던 이 승합차는 앞서 가던 인솔 승합차가 비상등을 켠 채 편도 1차선 도로를 서행하자 왼쪽으로 중앙선을 추월했다. 이 순간 렉스턴은 빙판이 된 중앙선 부근에서 미끄러지면서 도로변 오른쪽에 있던 행렬을 덮쳤다.
사고 차량 운전자 정씨는 “앞에 가던 승합차가 너무 느려 비켜달라는 신호를 했는데 반응이 없어 중앙선을 넘어 가다 빙판에 차량이 순식간에 휙 돌아갔다”고 밝혔다. 도보행진에 참가한 김모(14)군은 “도로를 따라 걷고 있는데 갑자기 차량이 일행 중간쪽으로 급하게 치고 들어왔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차량이 승합차가 아니고 대형 버스나 트럭이었다면 더 많은 희생자가 나왔을 것”이라며 “1차선 편도 도로에서는 절대 추월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렉스턴 운전자 정씨에 대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했다.
이날 참변을 당한 초등학생들의 빈소가 차려진 부천시 소사구 성가병원 영안실은 뜻밖의 비보를 전해들은 가족들과 학생들의 오열로 가득 찼다. 숨진 정모(원미초교 6년)군의 아버지(41)는 “말 잘 듣고 착한 아들에게 3월 중학생이 되면 휴대폰을 사준다고 약속했는데 이게 웬 일이냐”며 대성통곡했다. 교사들은 “명랑하고 학교생활에 모범적이던 정군이 졸업식을 불과 며칠 앞두고 사고로 숨진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송원영 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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