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인도네시아 플로레스섬에서 발견된 1만8,000년 전의 왜소인간 화석은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와 가깝지만 완전히 다른 새로운 종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의 딘 포크 교수와 인도네시아 고고학연구센터 등 연구진이 밝혔다.
29일 BBC 방송에 따르면 연구진은 이 인간의 두개골을 컴퓨터로 입체 복원한 뒤 소두증 환자들의 두개골과 비교한 결과 “작지만 잘 발달된 호미니드(사람과 동물)의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들을 소두증 환자라고 주장한 발굴팀의 이론을 반박했다. 포크 교수의 이 연구보고서는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됐다.
플로레스섬에서 발견된 유골 9구는 성인의 키가 1m 에 불과하고 두뇌 용량도 400㏄에 불과해 발굴팀에 의해 새 인류종인 ‘호모 플로레시엔시스(Homo floresiensis)’라는 이름을 얻었으며, JRR 톨킨의 소설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왜소족의 이름을 따 ‘호빗’족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앞서 시카고 필드 박물관의 로버트 마틴 박사 등은 “이들이 몸집과 두뇌가 쪼그라드는 유전 질환인 소두증에 걸린 사람들”이라고 주장해 거센 논쟁이 계속돼 왔다.
마틴 박사 등은 고립된 섬에 사는 동물이 작아지는 진화 현상을 예로 들면서 호빗족이 다른 동물과 경쟁할 필요가 없었고, 영양도 부족해 자연스럽게 작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포크 교수 팀은 ‘LB1’으로 명명된 호빗 성인 여성의 두개골을 현생인류 정상인 10명과 소두증 환자 9명, 왜소증 환자 1명의 두개골과 비교한 결과 소두증의 흔적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다른 어떤 인류 종과도 다른 독특한 특징을 발견했다며 “이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컴퓨터로 이들의 두개골을 3차원 영상으로 스캔, ‘버추얼 엔도캐스트’ 기법으로 두개골 안쪽에 남은 뇌의 형상을 복원한 그 결과 왜소증 환자의 두뇌는 소뇌증의 범주에 들어갔으나 LB1의 뇌는 크기만 작을 뿐 정상인의 것과 같은 형태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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