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춘(長春)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백두산을 중국의 명산으로 홍보 중이던 중국 정부가 29일 발끈했다.
대만이 고교 역사교과서를 개정하면서 '독립국가' 대만을 겨냥한 역사 기술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하나의 중국' 원칙 아래 대만을 중국에서 분리해낼 수 없는 지방으로 간주해온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발끈하는 것이 당연하다.
개정 내용을 뜯어보면 중국측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중국 역사를 다루는 국사(本國史) 교과서의 명칭이 '중국사'로 바뀌고, '우리나라'(我國) 등의 표현도 '중국'으로 바뀌었다.
긍정적 평가가 포함된 1911년 우창(武昌) '기의'(起義)라는 표현도 '기사'(起事)로 대체됐다. 한마디로 중국사를 남의 나라 얘기 하듯 서술한 것이 새 대만 교과서이다. 표현 교체는 대만과 중국의 연계를 끊는 것으로 역사 해석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에 중국 인민일보는 '대만 독립의 검은 손이 교과서에까지 미쳤다'라는 기사를 통해 반박했다. 인민일보는 대만 역사학자의 말을 인용해 "교과서 개정과정에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정치세력의 입김만 작용했다"며 민진당의 정치적 의도가 교과서를 왜곡시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치적 의도가 역사 서술 개정에 반영됐다는 중국의 논리에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중국 역시 이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5년간의 동북공정 프로젝트와 1983년부터 시작된 중국 변경 역사 새로 쓰기는 분명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됐다.
세계사에서 유례없이 이민족과 많이 접촉하고, 지금도 55개 소수 민족을 아우르는 중국이 국가적 통일성을 위해 '현실의 국경'을 '역사의 국경'으로 삼고 싶은 유혹을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대만 사례에서 보듯 역사를 현실 정치로 재단하려는 시도는 중국 역시 받아들일 수 없는 측면이 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중국인이 있다면, '한국이 고소하게 생각하는구나'라고 생각하지 말고 '한국인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구나'라고 느꼈으면 한다.
이영섭 베이징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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