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일부터 서울 무허가건물에도 수돗물이 공급된다. 1985년 무허가 건물 증축을 막기 위해 도입한 ‘상수도공급제한조치’가 25년만에 해제되는 것이다.
서울시는 “무허가 건물에 거주하는 빈곤층들의 복지를 위해 무허가건물에도 전용수도 설치가 가능토록 제도를 개선, 1일부터 시행한다”고 30일 밝혔다.
시는 우선 주민들로부터 급수공사 신청을 받은 후, 전용수도 설치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수도가 설치되기 위해서는 일단 관할 동사무소에 주민등록이 돼 있어야 하고, 사유지에 무단으로 건물을 세운 경우, 토지 소유주의 사용 승락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임에도 불구하고 토지형질변경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 허가를 받지 못했을 때에는 승락서가 필요 없다.
서울시는 공사비를 가구당 75만 7,000원만 받을 계획이다. 수익자부담원칙에 따라 무허가 건물 주민이 공사비 전액을 부담해야 하지만 주민들의 경제적 여건을 감안해 최저 금액만 책정했다.
시는 1982년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시행된 무허가 건물 양성화 정책이 끝난 후 더 이상 무허가 건물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1985년부터 무허가 건물에 대해 상수도 공급제한조치를 적용해 왔다. 앞서 규제개혁위원회는 2005년 11월 위반 건축물에 대한 단수조치 등을 담은 건축법 69조가 부당결부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결정했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서울 무허가건물은 총 3만 7,618동이다. 매년 2만 동 이상을 강제철거 등을 통해 정비하고 있지만 무허가 건물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지난해에는 2만 114동을 정비했지만 2만 453동이 신규로 생겨 오히려 339동이 늘어났다.
시는 “이번 조치로 무허가 건물 가운데 몇 동이 혜택을 입을지는 급수 신청을 받아봐야 알 수 있다”며 “하지만 이번 조치가 무허가건물을 활성화시킬 수도 있다고 판단, 1월 이후 들어선 무허가건물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시는 공동수도에 수도관을 연결해 사용하고 있는 집단 무허가건물의 계량기도 직접 관리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공동수도를 사용해온 무허가건물 주민들은 사제 계량기를 자체 설치해 요금을 냈으나, 수도요금과 관리비를 싸고 요금 시비가 끊이질 않았다. 앞서 아카시아 마을 주민들은 최근 ‘시장과의 토요대화’ 자리에서 공동수도 관리인이 수도요금을 과다하게 청구하고 있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현재 서울에서 공동수도가 설치된 곳은 관악구 신림12동 아카시아 마을 115세대 등 총 3,038세대이다.
시 관계자는 “주민들이 신청하면 시가 직접 수도사용량을 검침해 수도요금을 세대별로 직접 고지할 계획”이라며 “관리인에 의해 마을운영비, 검침원 인건비 등의 각종 명목으로 부당하게 징수되는 일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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