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공중 분해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점점 더 짙어지고 있다. 29일 중앙위의 당헌 개정안 통과에도 불구하고 탈당 기류가 잦아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김한길 원내대표와 강봉균 정책위의장을 중심으로 한 여당 주류세력의 집단 탈당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다. 주류세력의 탈당 움직임은 최근 일부 의원들의 개별 탈당과는 차원이 다르다. 주류세력이 집단 탈당을 할 경우 이는 곧 여당의 분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우선 김한길 원내대표와 강봉균 정책위의장이 30일 탈당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게 심상치 않다. 전날 당헌 개정안이 통과됐는데도 곧바로 ‘우리당 주도의 신당은 안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우리당 중심의 변화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전당대회를 통한 신당 추진은 의미가 없으므로 중앙위 결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탈당하겠다는 뜻이다.
김 원내대표는 원내교섭단체(20명) 구성이 가능한 규모로 의원을 규합해 2월 초쯤 탈당을 결행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결심할 경우 조일현 노웅래 주승용 의원을 비롯한 원내부대표 등 최대 10여명의 의원들이 동반 탈당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정책위의장도 이날 “질서 있게 신당을 만든다고 해서 시간을 지체할 여유가 없다”고 했다. 전대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탈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변재일 우제창 의원 등 실용파 의원 7~8명도 이런 흐름에 동조하고 있다.
정동영 전 의장측도 일단 2ㆍ14 전대를 지켜본다는 입장이지만 당 사수파와의 논란이 계속된다면 전대를 전후해 당을 떠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정 전 의장이 탈당할 경우 동조 의원 규모가 최대 30여명에 이를 수 있으므로 우리당은 분열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주류세력이 탈당을 통한 신당 추진을 검토하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가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친노세력과 함께 갈 경우 신당 자체가 흐지부지되고 국민 지지도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전당대회가 미봉으로 그칠 것이 뻔해 전대를 통한 통합신당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주류세력은 이심전심으로 순차적 탈당을 통해 대통합 신당을 만들려는 계산을 하고 있다. 하지만 탈당 기류 이면에는 주도권 경쟁도 들어 있다.
탈당 결행을 통해 신당의 주도권을 먼저 잡아야 한다는 속내가 작용하는 것이다. 범 정동영계로 분류돼온 김 원내대표와 강 의장 등이 독자세력화를 모색하는 것에는 정동영계 그늘에서 벗어나 나름의 큰 꿈을 펼쳐보겠다는 의도도 들어 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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