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전하동 현대중공업 작업현장. 여의도 면적의 두 배에 달하는 150만평의 광활한 공장안은 진수 대기중인 초대형 선박들과 거대한 블록(철골구조물), 골리앗 크레인로 꽉 차있다.
1,000톤 블록을 운반하는 트랜스포터가 이동할 때면 한동안 교통 체증까지 생길 정도. 한 근로자는 "불과 몇 년 전만해도 공장 빈터에서 축구도 했는데 지금은 풀가동을 하다 보니 출퇴근 버스 하나 세울 공간이 없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20년째 무분규 전통을 이어오고 있지만 정작 경영 고위층은 요즘 미래 사업 준비로 고민이 깊다. 5~10년 뒤에도 이런 호황을 유지하기 위해선 '잘 나갈 때 새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근 '황금알을 낳는 신사업'으로 주목 받는 이동식 발전설비(PPSㆍPackaged Power Station)가 제작되는 울산 엔진기계사업본부 작업장을 가봤다. 페인트 냄새가 진동하는 공장 안에는 최종 테스트를 기다리는 PPS 4개가 놓여 있다.
컨테이너 박스 안에 엔진과 발전기를 함께 넣어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인 PPS는 가격이 대당 10억원을 호가하는데도 해외 주문이 폭주해 공급이 딸릴 정도다.
이 회사의 PPS가 인기를 끄는 것은 기존 디젤형과 달리 벙커C유를 사용해 유지비를 절반 이하로 줄였기 때문. 지난해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이 PPS 544기(7억2,000만 달러 상당)를 수입키로 해 업계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PPS는 매출대비 수익률이 무려 20%에 달하는 고수익 사업이라 전망이 밝다.
경영지원본부 정재헌 부장은 "현재 조선이 사상 최대 호황을 구가하지만 중국 등의 추격이 거세 신사업 개발에 여념이 없다"며 "초대형 컨테이너선, 극해 운반용 LNG운반선, 엔진개발 등 신제품과 태양광 발전, 풍력발전 설비, 전기자동차 등 신재생에너지 및 친환경 사업분야에 대한 신규 투자를 올해 더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기자동차 공장과 풍력ㆍ태양광 에너지 사업장도 들러봤다. 현대중공업이 미래 사업으로 추진중인 재생에너지와 친환경 사업을 추진하는 현장이다.
올해 2월 시제품 출시를 앞두고 하이브리드 버스에 들어가는 전장품들을 제작하느라 한 겨울인데도 직원들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한 현장 근로자는 "지금은 초기 걸음마단계이지만 향후 현대중공업의 한 주력 사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선박해양ㆍ산업기술ㆍ기계전기ㆍ테크노디자인 등의 사내 4개 연구소에서 조선 외에도 해양, 플랜트, 전기ㆍ전자시스템 분야 등 신사업 발굴과 신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2010년 매출 190억 달러의 글로벌 리딩기업이 되는 것이 현대중공업의 목표다.
울산=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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