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공영방송 NHK가 위안부 문제를 다룬 프로그램을 정치인들의 외압으로 방송 직전 내용을 수정ㆍ방영했다가 200만엔(1,600만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일본 도쿄(東京)고등법원(재판장 미나미 토시후미ㆍ南敏文)은 29일 시민단체 VAWW_NET가 NHK를 상대로 4,000만엔의 손해배상을 요구한 소송에 대해 NHK가 시민단체측에 프로그램 변경을 설명할 의무를 있었는데 하지 않았다며 원고측에 200만엔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도쿄지방법원 1심에서는 NHK측에는 책임을 묻지 않았으며, 방송을 직접 취재ㆍ제작한 ‘다큐멘터리 재팬’에만 취재 대상자의 ‘기대권’을 배신한 이유로 100만엔의 손해배상만 인정했다.
정치인의 외압에 의해 내용이 바뀐 NHK의 프로그램은 ‘전쟁을 어떻게 재판할 것인가’라는 4회 시리즈의 2회분 ‘전시 폭력을 묻는다’이다. 2001년 1월30일 밤 교육채널을 통해 방영된 이 프로그램은 2000년 12월 시민단체들이 도쿄에서 여 ‘여성국제전범법정’을 소재로 다룬 것이다.
2001년 1월 중순 방송 내용 일부를 알게 된 우익단체 등이 방송중지를 요구하기 시작했고, 프로그램은 ‘객관화 작업’을 거쳐 방송 이틀 전 44분짜리로 완성돼 교양프로그램 부장의 승인이 났다.
그러나 방송 전날인 29일 오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당시 관방부 장관)와 나카가와 쇼이치 경제산업상이 NHK 방송총국장과 국회담당 국장 등 간부들을 의원회관으로 불러 방송 변경을 요구, 방송 직전 전 중국인 위안부의 증언이 삭제한 채 40분짜리로 단축 방영됐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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