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마 후미오(久間章生) 일본 방위성 장관이 주일미군 재편과 관련, 미국을 강하게 비판해 파문이 일고 있다.
규마 장관은 27일 나가사키(長崎)현 강연에서 오키나와(沖繩) 후텐마(普天間)기지의 나고(名護)시 이전 작업에 대해 “나는 미국에 ‘너무 잘난 척하면서 말하지 말라. 일본의 일은 일본에 맡기라’고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규마 장관은 “미국은 ‘(재편 계획을) 정부간에 정했기 때문에 그대로 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일본은 지방분권이 매우 진행된 나라”라며 “미국은 사전 교섭을 모른다”고 비판했다.
규마 장관의 미국 비판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어서 파문이 증폭되고 있다.
그는 지난달 8일 이라크전쟁에 대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가 이라크전을 지지한 것은 비공식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는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다고 단정하며 전쟁에 돌입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판단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규마 장관은 곧 자신의 발언을 취소했지만, 일본 각료의 이례적인 미국 비판에 당황한 미국 정부와의 사이에 미묘한 앙금이 쌓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측은 이번 발언에 대해 비공식적으로 “매우 유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미일 동맹을 최우선으로 하는 일본 총리관저도 규마 장관의 발언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 주초에 경위 설명을 들을 방침이다.
자민당에서 노련한 정책 조정역으로 정평이 있는 9선 의원인 규마 장관은 고비마다 소신대로 의견을 제기하는 일본판 ‘미스터 쓴 소리’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독도 해양조사로 한일관계가 시끄러웠던 지난해 4월 “(일본이 한국의) 독도 실효지배를 용인하면서 (일본이) 사전 양해 없이 마음대로 조사에 나서는 것은 일본이 실효지배 하고 있는 센카쿠제도에 중국이 와서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문제에 대해서도 “전쟁 책임자가 모셔진 곳에서 일국의 총리가 그 사람들을 참배하는 인상을 주는 것은 좋지 않다”며 야스쿠니에서 전범을 분사할 것을 요구했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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