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7일 새벽 영화배우 S씨가 마약의 일종인 ‘엑스터시’를 복용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인터넷에 오르자 네티즌의 신원 밝히기 작업이 시작됐다. 성이 S로 시작되는 영화배우들이 추려지고 댓글이 이어지며 갑론을박이 오갔다. S씨의 실명이 주요 포털사이트 검색순위 1위에 오르는 데는 몇 시간 걸리지 않았다. 경찰이 S씨에 대해 25일 압수수색영장을 발부 받은 것은 사실이었고, 그는 27일 “억울하다”며 마약 검사를 자청했다.
#2. 16일에는 탤런트 오모씨가 네티즌의 공세에 두 손을 들었다. 9일 자살한 서울 강남 유명 룸살롱 종업원의 전 애인이 급부상한 신인 연기자라는 12일자 신문기사의 작은‘단서’에 수많은 네티즌이 달려 들면서 범위는 오씨로 좁혀졌다. 오씨의 소속 기획사는 16일 오전까지 “진원지를 찾아 법적 대응하겠다”고 펄쩍 뛰었지만 오씨는 오후에 자신의 미니홈피를 통해 아픈 마음을 털어 놓았다.
문 : 이번에 걸린 연예인 누구죠??
답 : △△드라마에 나오는 ○○○죠!!
인터넷에서는 더 이상 신원을 감출 수 없다. 수사기관이나 언론이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을 ‘익명’으로 보호해도 ‘사이버 탐정’들이 기어이 신원을 밝히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 사람이 누구야”라며 진상이 밝혀지기만 기다리곤 했던 시민들이 이제는 인터넷에서 거의 실시간으로 신원을 캐는 상황이다.
유명인뿐 아니다. 최근 한 국내 유명 축구사이트에서는 특정 축구선수를 지나치게 미화하는 글을 인터넷에 자주 올려 논란이 됐던 한 네티즌의 학력 등 정체를 밝혀내고, 경기 성남시 한 도서관에서 그를 찾아 사진까지 찍었다. 네티즌이 한 사기 용의자의 인적 사항과 사진을 내걸고 공개 수배한 일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를 주변 인물이나 관계자의 익명제보가 가능한 사이버 공간의 특성 때문으로 보고 있다. 오씨는 죽은 여성의 친구라는 네티즌이 전후 사정을 인터넷에 띄우며 공론화했고, S씨는 연예계나 언론사 등에서 돌던 이른바‘4차 연예인 X파일’이나 수사 관련 정보 등을 누군가 인터넷에 흘리면서 네티즌의 수사망에 포착됐다. 개인 정보와 친분 관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미니홈피의 활성화, 우리 사회의 낮은 정보 보안 의식 등으로 마음만 먹으면 웹서핑만으로 뒤를 캐기 쉬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사이버 탐정’현상에 대해서는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부정확한 정보나 확인할 수 없는 주장 등을 근거로 ‘마녀 사냥’하듯 몰아가거나 개인 정보 등을 적시하는 것은 법적 처벌 대상이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NGO학과 교수는 “검증되지 않는 내용을 걸러낼 수 있는 포털사이트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네티즌도 타인을 배려하려는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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