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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중국 사법의 두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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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중국 사법의 두 풍경

입력
2007.01.28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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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에서는 사법(司法) 정의의 현주소를 드러내는 두 사건이 발생했다.

11명을 살해한 한 살인범의 석연치 않은 사형 집행과 '펑수이 시안'(彭水詩案)이라는 고상한 이름이 붙여진 한 공무원의 풍자시 사건이다.

● 산시성과 충칭시의 두 사례

지난 달 28일 산시(陝西)성 고급법원은 치우싱화(邱興華)라는 살인범에게 1심 사형 판결을 확정한 뒤 1시간 6분만에 총살형을 집행했다. 사형집행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살인범이 정상인이 아니라는 의혹이 짙었고, 사형 당일 중국 최고인민법원이 2007년 1월 1일부터 모든 사형 사건을 재심사해 사형 남발을 막겠다고 발표한 것이 그것이다.

조부모와 모친이 정신병을 앓은 치우에 대해 담당 변호인은 물론 법조계와 의료계까지 나서 정신감정을 요청하고 있었다. 하지만 법원은 감정요청을 용인하지 않은 채 최고인민법원의 사형 비준권 발효 4일 전 재심을 원천 봉쇄하는 집행을 강행했다. 지방법원이 중앙과 상의 없이 사형을 집행했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일 것이다.

언론이 날을 세운 것은 당연했다. 한 신문은 "정신감정을 받지 못한 것이 한"이라는 변호사의 말을 실었다. 법원이 논란이 커질 사건의 싹을 미리 자르는 '중국식' 해법을 선택한 듯했다.

이어 충칭(重慶)시 펑수이(彭水) 현의 간부인 친종페이(秦中飛)가 현의 실정을 꼬집은 풍자시를 문자메시지로 날리자 현 지도부가 나서 비방죄로 체포한 사건의 경위가 언론에 폭로됐다. 사건 진행 과정을 요약하면 펑수이 현 공안국장이 사건을 인지하고, 이를 현의 최고지도부인 현장 등에게 보고했고 이후 수사 명령, 친종페이 체포 등이 일사천리로 이어졌다.

문제는 수사개시 단계에서 현 공안국, 검찰국, 법원 관계자들이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어 친종페이의 행위가 비방죄에 해당한다고 결론 짓고, 현장과 공안국장, 검찰국장 등이 검찰 인력을 공안국 수사에 투입하기로 결정한 대목이다.

수사 단계에서 법원까지 참석하는 회의를 통해 죄목을 확정하고, 공소유지 담당 검찰이 공안 수사 단계에 개입하는 황당한 상황이다. 독립을 유지해야 할 사법기관(법원)이 행정기관(현장, 공안국)의 시녀로 전락한 것이다.

● 사법독립 지켜지지 않는 현실

그런데 이럴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행정기관장인 현장과 현서기의 지휘를 받는 현 공안국장은 현의 사법 기관을 지휘하는 정법위원회 위원이기 때문이다. 펑수이 현처럼 행정과 사법이 분리되지 않은 곳은 중국에 수두룩하다고 한다.

최근 4년간 중국은 10%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무서운 기세를 더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또 극심한 빈부격차 해소 등에 진력하면서 성장의 내실도 다지고 있다.

하지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제도적 질곡은 상대적으로 손을 덜 대고 있다. 사법 독립과 정의라는 근대 국가의 기초조차 튼실하지 않은 현실은 중국 개혁의 전도가 쉽지 않음을 시사한다.

이영섭 베이징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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