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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학작가회의 명칭 변경 무기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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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학작가회의 명칭 변경 무기연기

입력
2007.01.28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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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실공히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단체로 굳이 ‘민족’이라는 깃발을 들지 않아도 된다.” “문학을 포기하더라도 ‘민족’을 포기할 수는 없다. 아직은 ‘민족’이라는 깃발을 내려서는 안 된다.”

진보주의 문학단체 ‘민족문학작가회의’의 단체명칭 변경이 회원들간의 이견으로 무기한 연기됐다.

민족문학작가회의는 27일 오후 서울 대한출판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총회를 열고 단체 명칭에서 ‘민족’을 빼는 문제를 논의했으나, 다수 회원의 격렬한 반대로 안건 표결이 보류됐다. 형식적으로는 안건 내용에 대해 사전에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일부 회원들이 제기한 절차상의 문제가 표결 연기의 원인이 됐지만, 실질적인 논쟁의 초점은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정체성 문제에 모아졌다.

정희성 이사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총회에는 150여명이 회원이 참석해 4시간에 걸친 열띤 찬반토론을 벌였다. 정 이사장을 비롯해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은 “앞으로 젊은 작가들을 포괄하기 위해서라도 단체명을 변경할 시기가 왔다”며 명칭 변경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 이사장은 “‘민족’이라는 이름 때문에 외국에서는 극우단체로 오해받고 국내에서는 좌파 단체로 인식되고 있다”며 “수십년간 이어온 단체명은 신성시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명칭 때문에 젊은 문인들을 포괄하고 단체를 발전시켜 나가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변경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백 상임고문도 “‘6ㆍ15민족문학인협회’처럼 ‘민족’이라는 이름을 걸고 문학을 할 수 있는 공간은 여전히 남아있다”며 “민족문학작가회의는 더욱 열린 조직, 더욱 유연한 조직으로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개칭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반대의 목소리도 높았다. 김준태 시인은 “전 세계 많은 나라들을 돌아다녀 봤지만 ‘내셔널(national)’이라는 말이 들어간 단체의 회원이라는 점에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며 “문학을 포기하더라도 ‘민족’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반대의견을 내놨다. 일부 회원들은 “명칭 변경이 마치 기정사실처럼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며 “임원들이 언론플레이를 한 것 아니냐”며 집행부에 강한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결국 총회는 다수 회원들이 안건 내용에 대해 사전에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절차상의 문제를 강력히 제기, ‘명칭 변경안’이 아닌 ‘명칭 변경 연기안’이 긴급 상정돼 다수 의견(62 대 38)으로 통과됐다. 이에 따라 민족문학작가회의는 추후 ‘명칭변경소위원회’를 구성해 개칭 문제를 재논의할 예정이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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