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의 예보가 이번에도 크게 빗나갔다. "26일 밤부터 일요일인 28일까지 중부지방에 많은 눈이 올 것"이라던 예측이 들어 맞지 않았다.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는 눈을 구경조차 하기 어려웠다. 눈구름의 이동 경로가 예상보다 남쪽으로 처진 것이 원인이었다.
울상을 지은 사람은 한둘이 아니다. "내심 기대하고 '눈꽃 열차'를 탔지만 날씨가 화창해 황당했다"는 관광객의 말은 차라리 호사롭다. 시골에 계신 부모님 방문이나 지방 모임 일정을 잡았다가 눈 소식에 취소했던 사람들의 아쉬움은 무척 컸다.
특히 관광 관련 사업자들은 기상청의 오보에 황금 같은 '주말 수입'을 뺏기자 허탈한 표정이었다. 강원지방의 골프장 관계자는 "눈이 온다고 한 뒤 예약 취소가 잇따랐는데 정작 눈은 오지 않았다. 이 책임을 누가 져야 하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28일 뒤늦게 '26일 예보 분석'이란 보도자료를 내놓은 기상청은 "당시 예보에서 밝힌 저기압 경로는 일본 기상청과 유럽 중기(中期)예보센터의 예측과 같았다"고 둘러댔다.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기상청이 내세우는 "자연의 일을 사람이 100% 다 알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심오한(?) 철학적 명제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일기예보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오류를 으레 있는 것쯤으로 여기는 태도다. 이번 오보는 지난해 4월 '대형 황사 오보'나 7월 '집중호우 늑장경보' 등에 비해 가시적인 피해가 없었지만 이런 횟수가 잦으면 잦을수록 국민의 이해심은 바닥날 것이다.
기상청이 슈퍼컴으로 무장한 첨단조직이라는 것을 아는 국민들은 어느덧 "월급은 왜 받나" "인물이 그렇게 없나"라는 비아냥을 쏟아낼 것이다.
"기상청이 체육대회를 하면 비가 온다"는 농담을 기상청이 아직까지도 '그저 농담'으로만 듣고 있다면 문제다.
박원기 사회부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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