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제 대통령’ 리더십을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 대선주자들은 차기 대통령이 최우선적으로 갖춰야 할 리더십을 놓고도 분명한 편차를 보였다. 주요 대선주자들은 경제와 국민 통합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으나 이를 이루기 위한 리더십과 방법론에서 색깔이 다른 해답을 내놓았다.
한국일보가 28일 대선주자 5명을 상대로 ‘차기 대통령이 우선 갖춰야 할 리더십 두 가지’를 꼽으라는 설문을 제시한 결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경험을 갖춘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반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신뢰ㆍ화합의 리더십’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트레이드마크인 ‘경제 리더십’을 부각시켰다. 그는 단순한 경제 발전 목표를 제시하기 보다는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비전과 정책을 내놓을 수 있는 경험과 노하우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 경력을 앞세워 다른 주자와 차별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어 통합의 리더십을 강조했는데, 이도 역시 지향점은 국가 발전에 맞춰져 있다. 경제 부흥, 외교안보, 평화와 사회복지 등 주요 국정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역과 계층, 세대와 이념을 뛰어넘어 국민을 화합시킬 수 있는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신뢰와 화합의 리더십’을 제일 먼저 꼽았다. 나라의 선진화를 위해 지도자는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을 하나로 모을 화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의 저력을 하나로 모아 전진하려면 지도자의 신뢰가 최우선이라고 강조한다. 강성 노조와 큰 정부 등 한국 병을 치유하고, 비정상적 사회 구조를 정상화 하려면 추상 같은 법의 기강을 세우고 원칙을 확고히 세울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국가적 통합을 통한 세계 속 경쟁을 위한 구심점 역할을 강조했다. 나라 안에서는 지역과 이념의 갈등을 용광로처럼 녹일 수 있는 ‘통합의 리더십’으로 국민의 에너지를 하나로 묶어내야 하고, 이를 발판으로 세계로 도약해 선진화를 이뤄낼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당장 눈 앞의 표를 의식하기 보다는 역사적 대세인 개방에 대한 소신을 갖고 번영과 풍족의 길을 설계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동영 전 우리당 의장은 이 전 시장을 겨냥한 듯 “회사 경험이 있느냐 없느냐 보다는 어떤 경제 철학을 가졌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출은 증가했지만 소수 부유층에만 부가 집중했으므로 중소기업과 서민의 아픔을 이해하는 경제철학을 갖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또 한반도 평화의 가치와 철학을 가진 미래형 리더십을 꼽았다. 그는 “한반도 평화는 곧 돈이고 경제이기 때문에 평화의 철학을 가진 사람이 결국 미래형 지도자”이라고 주장했다.
김근태 우리당 의장은 낮은 자세로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지도자상을 역설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 조정과 통합을 꾀할 수 있는 ‘낮춤의 리더십’과 함께 다른 사람들의 생각까지 담아낼 수 있는 ‘큰 그릇의 리더십’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종대왕을 예로 들면서 “자기를 낮추면서 비워져 있는 공간에 다른 생각과 사람들을 담아내는 세종과 같은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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