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수많은 시선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쏠렸다. 국내 최초의 담배소송 1차 선고가 나왔기 때문이다. “흡연과 폐암 발병의 역학적 관계는 인정되지만 제품에 결함이 있다거나… 흡연이 니코틴때문이라는 주장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 담배회사의 손을 들어준 선고다. 그러나 담배의 유해성까지 부정한 선고는 아니다. 이날의 선고는 앞으로 최종판결이 나올 때까지 흡연자와 담배회사가 거쳐야 할 수많은 사회적 격론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담배의 해독성과 담배회사의 책임여부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KBS2 <추적60분> 이 31일 밤 11시5분 ‘KT&G를 아십니까’편을 방송한다. 추적60분>
백해무익한 담배의 해악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브라운관이 전달하는 실상은 여전히 섬뜩하다. 중학교 때 담배를 배웠으나 금연을 하지 못해 힘겨워 하는 한 여자 고등학생의 사연, 흡연 중인 중고등학생 11명을 대상으로 발암물질 검출 조사를 했더니 7명의 몸에서 폐암 등을 유발하는 물질이 나왔다는 내용은 충격적이다.
방송은 간접흡연의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순한 담배에 숨겨진 함정까지 드러낸다. 건강을 생각해 순한 담배를 피웠으나 결국 폐암 말기 환자로 호스피스 병동에 드러누운 박모씨, 순한 담배만 믿었다가 혀 전체를 제거하게 된 문모씨 등의 고통을 사례로 제시하며 ‘순한 담배가 덜 해롭다’는 그릇된 인식을 뒤집는다.
흡연의 폐해를 진단하는 이 프로그램의 칼 끝은 KT&G로 향한다. 한국담배인삼공사에서 옷을 바꿔 입은 KT&G가 ‘미래의 평생 고객’인 청소년들에게 부당한 ‘마케팅 공습’을 대대적으로 펼치며 ‘담배 권하는 사회’를 조장한다고 강하게 비판한다. 담배광고가 불법인 현실에서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스타를 내세워 기업 이미지 광고를 쏟아낸 것을 부당한 판촉행위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다. 농구단을 운영하고 흡연에 대한 경고 문구보다 감각적인 디자인을 채택해 젊은 층의 수요를 자극하는 마케팅 전략도 도마 위에 올린다.
제작진은 전문가의 입을 빌려 프로그램 말미에 다음과 같이 고발한다. “KT&G는 발암물질을 제조, 판매하는 회사입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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