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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명을 흔든 온라인 1인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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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명을 흔든 온라인 1인시위

입력
2007.01.28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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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 직원 박성수(42)씨는 56일째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를 통과한 비정규직 관련 법에 반대하는 시위다. 그러나 박씨의 시위 장소는 차가운 길거리가 아니다. 바로 온라인 공간에서 펼쳐지는 ‘블로그 시위’다. 블로그를 방문한 사람은 10만명이 넘지만 그 흔한 구호나 함성도 들리지 않는다. 자신의 블로그에 박씨의 블로그를 연결하는 것으로 지지를 표명한다.

블로그(blog)란 웹(web)과 항해일지를 뜻하는 로그(log)의 합성어로 관심분야의 글을 자유롭게 올릴 수 있는 웹사이트를 일컫는다. 박씨의 블로그에는 한국고속철도(KTX) 여승무원, 하청업체 근로자 등 다양한 농성 현장의 사진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목청을 높여 주장을 강요하기보다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 주고 사람들에게 생각을 묻는 식이다.

박씨는 “길을 지나다 마주치는 1인 시위는 잠시 흘끗 돌아볼 뿐 곧 잊혀지기 마련”이라며 “블로그 1인 시위에 참여하는 네티즌은 자유롭게 주장을 펼치며 지속적으로 의견을 주고 받기 때문에 끈끈하게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시위에 동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각자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린 뒤 박씨의 블로그와 연결하면 된다. 이를 트랙백(trackback)이라고 하는데 내가 쓴 글을 남에게 적극적으로 알림으로써 하나의 주제에 대해 생각을 공유하는 집단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박씨의 블로그에는 네티즌 500여명이 연결돼 있다.

블로그 시위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이종현 문화사회연구소 소장은 “블로그 시위는 사회적으로 가치가 높은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미디어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라며 “신변잡기에 그치는 미니홈피와 달리 사회적 이슈에 대한 여론을 조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향력은 어떨까. 지난해 11월 집값 거품을 빼라며 네티즌이 관계 기관에 일시에 접속하는 사이버 시위를 한 적이 있다. 이로 인해 재정경제부 홈페이지가 일시에 마비됐다. 이에 비해 블로그 시위는 매우 조용하고 논리적이다.

민경배 사이버문화연구소 소장은 “겉으로 드러나는 폭발력은 떨어지지만 주장을 알리고 뜻을 모은다는 점에서 블로그 시위는 새로운 시위 모델로서 가치가 충분하다”며 “최근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의 영향력이 급속하게 커진 것처럼 블로그도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평가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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