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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 기숙사 생활… 신흥 명문 진성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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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 기숙사 생활… 신흥 명문 진성고

입력
2007.01.28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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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진성고(광명시 하안동) 정일웅 교장은 최근 신입생을 받아 보고 깜짝 놀랐다. 여자 신입생이 남자 신입생 수를 무려 100명 정도 앞질렀기 때문이다. 3월 입학 예정인 1학년 학생은 모두 391명, 이 중 여학생은 244명이나 된다. 지난해도 여자 신입생이 남학생보다 많긴 했지만 그 차이는 불과 10여명이던 터였다. 정 교장은 “당연히 실력 순으로 뽑으니 남녀 모집 차별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이 같은 결과를 신기해 했다.

전교생이 ‘1반 1실 기숙사 생활’ 을 하고 있는 이 학교는 ‘아침 6시 기상, 0시 취침’을 철저히 따른다. 군대 점호 격인 아침ㆍ야간 인원점검도 매일 빼 놓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군대’와도 같은 이 학교를 여학생들이 점령해 버린 이유는 뭘까. 1학년 정다운양은 “부모님이 먼저 안심하고 보내주는 ‘안전지대’ 같은 곳”이라며 “24시간 내내 친구들과 생활하면서도 자연스럽게 공부나 특기 적성 활동에만 몰두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1월 현재 전교생이 1035명인 이 학교는 현재 각 학년별로 10반씩 있다. 같은 반 친구끼리는 2층 침대 20여개가 놓여 있는 같은 기숙사실에서 함께 생활한다. 학생들의 하루 일과는 물샐 틈이 없다. 오전 6시에 일어나서 아침 인원 점검을 받고 운동장 혹은 체육관을 한 두 바퀴 가볍게 뛴다. 오전 8시 40분부터 오후 4시 20분까지는 정규 수업을 받고, 그 이후엔 자기 공부를 하다가 밤 12시에 잠자리에 든다. 다만 주말에만 귀가가 허용된다. 이 학교는 60여명의 교사 외에도 흔히 사감으로 부르는 생활지도 교사가 34명이나 된다. 이들은 오후 늦게 출근해 다음날 아침까지 학생들과 함께 모든 것을 함께 한다. 침소도 기숙사실 안쪽 문 앞에 바로 마련돼 있다.

아침 인원점검이 끝난 후부터 1교시 수업이 시작되기 전인 오전 6시 30분~7시 40분 사이 학생들은 제각각 클럽활동(C.A.)을 하기 위해 흩어진다. 이상화(1학년)군도 그 중 하나다. 매주 목요일 아침이 되면 시사토론반에 가서 약 10명의 반원들과 함께 ‘양심적 병역거부’ 같은 주제를 놓고 토론을 한다. 이군은 “애초 특목고 진학을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자신의 공부 스타일이나 교우 관계를 생각해 이 학교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오후 정규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은 ‘학습 3종 세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선택 수업, 자기 주도 학습, 질의 응답 등이 바로 그렇다. 선택 수업의 경우, 같은 과목을 가르치더라도 학생들의 실력과 선호도에 따라 교사들의 희비는 엇갈린다. 정 교장은 “모든 공부는 학생에게 맞춰져 있다”며 “어떤 교사는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몰리는 반면, 또 다른 교사는 10명을 못 채워 수업을 폐강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자기 주도 학습은 말 그대로 스스로 학습 계획을 세워서 실천하는 자율 학습이다. 이 경우엔 질의 응답 프로그램을 병행하기도 한다. 미리 질문 내용을 기록했다가 1, 2일 전에 해당 과목 교사에게 건네주면 지정한 시간에 찾아가 개인 지도를 받을 수 있다. 이상화군은 “질문을 ‘제대로’ 하기 위해 신경 쓰다 보면, 공부하는 내용에 대해 스스로 깊게 파고 들게 된다”고 했다. 물론 교사들은 선택 수업에, 밤 늦게까지 남아 학생 질문을 받으려니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주변의 관심은 뜨겁다. 개교 13년에 불과한 학교가 대학 진학과 학력(學力) 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2006학년도) 입시에선 300여명의 졸업생 중 서울대에 17명이 진학했고 그 밖에 고려대 54명 연세대 49명 의학ㆍ치의학ㆍ한의학ㆍ약학계열 62명이 합격하는 등 특목고 못지 않은 성과를 냈다. 전국 각지의 수재들이 참가한다는 한국일보사 주최 학력경시대회에서도 단체 대상과 개인 대상(자연계)을 휩쓸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교장은 진성고가 단순히 공부만 많이 시키는 학교로만 비치는 것이 썩 내키지 않는 표정이다. 그의 바람도 물론 다른 노(老)교장과 다를 바 없이 “학생들이 미래의 글로벌 인재로 크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학벌 좋고 외국어에 능통한 것이 ‘글로벌 인재’는 아니다”며 “남이 먼저 지나갈 때까지 출입문 손잡이를 잡고 있을 줄 아는, 진정 ‘배려’할 줄 아는 제자들이 계속 나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광명=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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