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개발계획(UNDP) 대북사업자금 전용의혹 조사를 둘러싼 북한과 미국의 미묘한 줄다리기가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북미갈등의 핵심 원인이었던 방코델타아시아(BDA)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여전하다.
일단 UNDP 문제 자체는 한 고비를 넘긴 듯 하다. UNDP 집행이사회는 26일 2007~2009년 대북 신규사업계획을 조건부 승인했다. 외부감사 결과를 반영하기 위해 ‘향후 3개월 이내 추진’으로 시기는 늦췄지만 기존 사업들은 계속 진행할 수 있도록 한 절충안이다.
처음 자금전용 의혹을 제기했던 미국도 한 발 물러나 이를 수용했다. 뉴욕 현지에서는 “UNDP 대북사업 논란이 ‘찻잔 속의 태풍’ 정도로 가라앉는 분위기”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와 함께 북한 외무성이 25일 “미국의 UNDP 주장은 황당한 모략”이라며 반발하자,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26일 브리핑에서 “(UNDP 문제는) 북미간 문제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UNDP 문제로 인한 6자회담 차질 가능성’을 묻자 “그래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곧 재개될 6자회담에 그늘을 드리우지 않으려는 미국측의 절실함이 묻어나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BDA 금융제재 당시와 유사한 측면도 있다. 2005년 9월 6자회담에서 북핵 폐기가 합의될 무렵 미 재무부는 BDA를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하며 금융제재를 시작했다.
북한은 “반(反)공화국 책동”이라고 반발했고 미국이 제재를 풀지 않자 핵실험 카드까지 꺼냈다. 미 국무부는 당시 “우리가 한 일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미국 내 대북 온건파와 강경파가 역할을 분담해 북한을 압박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에도 강경파가 6자회담 재개에 앞서 총대를 매고 대북공세를 펼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북한도 이를 우려한 듯 25일 발표에서 “미국의 강경 보수파들이 ‘불법자금 유용의혹’이라는 창의품을 고안해냈다는 평이 있다”고 비난했다.
물론 BDA 문제는 북한의 대외 금융거래망을 봉쇄하며 정권붕괴를 노리는 방식으로 진행돼 장기간 논란이 계속됐지만, UNDP건은 단순 현금집행 문제로 조기에 타협점을 찾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뉴욕=장인철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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