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 급발진이 원인인 것으로 보이는 사망사고 운전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법원이 그동안 급발진과 관련한 민사소송에서 “차량결함으로 급발진이 일어났다고 보기 힘들다”며 자동차 제조사의 손을 들어줬던 것에 비춰 보면 매우 이례적인 판결이다.
대리운전기사 박모(50)씨는 지난해 11월 서울 마포구 용강동 주택가에서 고객의 차량에 키를 꽂았다가 끔찍한 일을 겪었다. 차는 시동을 걸자마자 굉음을 내며 시속 50~100㎞의 속도로 좁을 골목길 160m를 튕겨나가듯 주행했다. 차는 5차례 사람과 다른 차를 치어 1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을 입었다.
검찰은 박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으로 기소했지만 서울서부지법 형사3단독 송경근 판사는 “피고인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사고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사고를 급발진 사고로 본 결정적인 증거는 사고 현장에서 찍힌 폐쇄회로(CCTV) 화면이다. CCTV에는 차가 질주하는 동안 후진등과 브레이크등에 불이 들어온 모습이 찍혀 있어 박씨가 당시 차량을 멈추려고 애를 썼음에도 차가 주행했음을 보여준다. 박씨의 오랜 운전 경력과 사고 직후 약물검사에서 받은 정상 판정도 급발진 사실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인정됐다.
송 판사는 26일 “민사재판에서는 원고(급발진 피해자)가 피고(자동차 제조회사)의 과실(차량결함)을 입증해야 하므로 이번 판결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형사재판에서는 검찰이 피고인의 과실로 사고가 났다는 것을 완벽히 입증하지 못하면 무죄 판결을 내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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