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카르텔을 퇴치하려는 전세계 경쟁당국의 노력이 매섭다. 담합을 주도한 임원에 대한 징역형 선고, 기업들에 대한 사상최대 과징금 부과 등 국제카르텔에 대한 무거운 제재가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전세계를 시장으로 하는 다국적기업들의 담합에 대응하기 위해, 전세계에서 같은 시간에 현장조사를 실시하는 등 각국 경쟁당국의 연대도 날로 치밀해지는 상황이다.
지난 24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가스절연 개폐장치 가격을 담합하고 시장분할에 참여한 독일 지멘스, 프랑스 알스톰, 일본의 후지 등 전세계 5개국 11개 기업에게 단일 카르텔 사건으로 사상 최대인 7억5,000만유로(약 9,1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지멘스도 단일 카르텔 가담회사로는 사상 최고인 3억9,600만유로(약 4,800억원)를 부과 받았다.
카르텔 모임에서 간사를 맡는 등 주도적 역할을 한 지멘스와 알스톰, 아레바 등 3개사는 과징금이 50% 증액되기도 했다. 반면 가담 회사 중 카르텔 사실을 자진 신고해 사건 조사가 가능하도록 협조한 스위스의 ABB는 면책제도에 따라 과징금을 전액 면제 받았다.
현재 각국의 경쟁당국이 연대해서 동시에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대형 국제카르텔 사건도 알려진 것만 2건이 있다. 국적기들이 대거 포함된 전세계 16개 주요항공사의 화물운임료 담합 혐의에 대해 한국과 미국, EU의 공동조사가 진행 중이며, LCD가격 담합과 관련해서도 LG필립스LCD 삼성전자 등 한국기업을 비롯해 일본 대만 기업들에 대한 조사가 한국 미국 일본 EU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특히 항공사들의 국제카르텔을 조사하기 위해서 지난 해 한국과 EU, 미국의 경쟁당국이 같은 날 같은 시각에 현장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당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무실을 조사했다.
한 국가에서 진행된 국제카르텔 조사가 다른 국가의 조사를 이끌어 내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반도체 담합혐의가 적발돼 임원들이 징역형을 선고 받고 총 4억9,0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 받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대해, 이후 국내 담합혐의에 대해서도 공정위의 조사가 시작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해 EU와 국제 카르텔, 독과점 업체의 지위 남용 등에 대한 공동조사와 정보교환을 확대키로 합의하기로 하는 등 국제카르텔에 대한 조사공조가 갈수록 공고해지는 추세"라며 "우리 기업들도 국내보다 훨씬 제재가 강한 외국의 카르텔 제재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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